이 희 범 < 산업자원부 장관 > 과거 저유가 시대의 석유개발 투자 부진과 중국 인도 등의 경제발전에 따른 석유수요 급증으로 초래된 최근의 국제유가 급등으로 말미암아 석유가격 구조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또한 대형 허리케인의 피해까지 겹치면서 미국 멕시코만 석유생산 설비의 93%가 아직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등 국제 석유시장의 불안심리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태다. 원자재 가격도 여전히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철강소재인 후판의 경우 2004년 말 대비 15.6% 상승했고,나프타 및 구리 등도 작년 말 대비 각각 40.1%,26% 올랐다. 이런 고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의 원가상승과 가계 소비 압박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고유가 및 세계적 원자재난 상황 아래 세계 각국은 바야흐로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자원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자원전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규모 세계 10위의 무역대국이면서 에너지수요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해외 에너지ㆍ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의 핵심과제임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인도 베트남 및 남미 등지에서 대통령이 앞장서는 자원외교를 통해 IMF위기 이후 침체됐던 해외자원 개발의 모멘텀을 되살리는 데 큰 성과를 이루었다. 카자흐스탄 및 카스피해 탐사광구를 확보한 데 이어 러시아 서캄차카 유전탐사 진출,남미 브라질 해상광구와 인도 철광석 확보 및 제철소 건설 MOU 체결 등의 성과도 있었고,최근에는 나이지리아 예멘 등지에서의 광구낙찰 낭보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4위 석유수입국,세계 7위의 석유소비국이라는 우리의 위상을 고려해 볼 때 다자에너지 외교 측면에서 우리의 노력은 다소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 상황과 원자재 수급상의 어려움이 아ㆍ태지역 경제에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라는 인식 아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ㆍ광업장관회의가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된다. APEC 에너지장관회의는 격년제이기 때문에 내년에 열리는 것이 원칙이지만,고유가 및 에너지 수급 불안에 따른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작년에 이어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7번째를 맞는 이번 APEC 에너지장관회의에서는 고유가 상황에 대한 대응 및 석유의존도 감소,APEC 역내의 에너지수급 안정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다. 또 지난해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APEC 광업장관회의에서는 시장의 불확실성 완화와 교역 활성화,광물 탐사개발 협력 강화 및 광업 환경관리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아드난 엘딘 사무총장이 처음으로 참석해 APEC 차원의 생산ㆍ소비국가 간 협의채널이 개설되는 등 에너지 문제가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다루어지게 된다. 또한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 APEC 회원국 장관 및 에너지 CEO들이 대거 참석하는 '비즈니스 회담(Business Dialogue)'과 회원국 장관 간 양자회담을 통해 역내 에너지ㆍ자원 교역,수급안정 및 투자를 위한 광범위한 의견수렴 및 구체적인 '행동계획' 도출이 진지하게 모색될 전망이다. 이제 우리도 그간의 자원정상외교에 따른 성과 등을 바탕으로 국제 에너지 무대로 눈을 돌릴 시점에 왔다. APEC 에너지ㆍ광업장관회의는 고유가 등 국제 에너지 문제에 대해 우리가 주도적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 제시하기 위한 중요한 국제협력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이번 회의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규모의 다자간 에너지회의라는 측면에서 향후 우리나라가 국제 에너지 무대에서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