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에서의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드러난 가장 큰 특징은 재정확대와 민간의 투자활성화 유도 등 '확장정책'으로 경기활성화를 앞당기기 위해 재정확대를 통한 공공부문의 역할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나라당의 감세추진과 재정축소 △일부 여론에서 제기되는 정부기능 및 조직 축소 △복지위주보다 민간의 자율성장 및 기업규제 철폐론 등 최근의 '긴축·축소정책'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어서 연말까지 진행될 국회의 2006년도 예산안 심의와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각종 법률제·개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제조업만으로는 경제성장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해 내년에도 서비스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이는 8·31 대책발표 이후 부동산 경기의 위축전망,최근 정부 여당과 삼성 등 재계일각의 갈등국면 형성,경제·사회적 양극화 심화 등 최근 국내경제 안팎의 변한 여건과 무관치 않은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세안 및 일본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하면서 경제자유구역 개발,동북아 금융 및 물류 허브 구축사업을 지속적 추진해 개방형 통상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점을 밝힌 것이나 공공부문의 효율화 도모 등 부문별 정책목표는 그동안 정부가 거듭 밝혀온 내용들이다. 다만 지난 2003년 이후 매년 정부가 법개정안을 냈으나 국회에서 유야무야돼 온 국민연금 개선안에 대한 국회 내 자문기구 혹은 특별위원회 설치를 촉구한 것이나,역시 1년째 국회에서 겉돌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명시해 처리해 달라고 한 점,노사정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한 국회차원의 협조요청 등은 정부가 내년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정책부문이 어디인지,또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가늠케 해 준다. 사회부문에서는 저출산 대책,기초생활대상자 지원확대,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등 복지정책에 대한 의지가 강도높게 천명됐다. 통일외교분야에서는 북한과 "경제분야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군사분야 교류도 활발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된 점이 눈길을 끈다. 한편 정부는 기업활동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적극적으로 민간자본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나 최근 여권과 재계 사이에 형성된 갈등대립 국면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투자확대를 통한 경기활성화는 늦춰질 수 있다.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은 경제 등 분야별로 올 한 해 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각종 정책과 사업의 중간평가를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국회(입법부)가 원만하게 심의 의결 해달라는 요청을 담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정책을 새롭게 제시하거나 그에 필요한 제도개선안을 설명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이듬해 나라살림의 중점 방향과 예산 구조를 제시,국회의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