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 유리 조형 작가로 활동 중인 한국 사람은 김동욱씨(38)가 유일하다.


김씨가 체코에 유리 공부를 하러 온 것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에스콰이아 디자인실에서 일하던 90년대 초였다.


직장에 다니면서 모은 돈 1500만원을 들고 체코로 왔다.


홍익대학교 1학년 때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아르누보 유리전을 보고 키우기 시작한 유리 공부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는 유리만이 가지고 있는 투명성에 흠뻑 빠졌다.


깨졌다 다시 붙이면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변화무쌍함에도 반했다.


김씨는 홍대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기술적,예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유리고등학교 카메니츠키 세노보에 들어갔다.


4년제 고등학교였지만 필요한 기술만 익히기 위해 1년 다니다 다시 프라하 응용미술대학에서 2년 더 공부했다.


그리고 한국이 IMF 금융위기를 맞기 직전인 97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생활 형편이 여의치 않았고 당시 사귀고 있던 러시아 여인 마리아나 아발로바와 결혼을 해야 할 상황이어서 정력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팔았다.


요즘은 프라하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젤레즈니 브로드에서 작품을 만들어 프라하와 네덜란드,벨기에 등의 갤러리에 전시하고 있다.


서울 약수동에 있는 갤러리 스클로에도 그의 작품이 3점 전시돼 있다.


그는 아직 유명 작가 대열에 들지 못했지만 체코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리 조형 작가 100여명 중 '동양인 킴'이라면 알아주는 사람도 있다며 기념이 될 만한 조형물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김씨는 체코에 유리 조형을 공부하러 오고 싶은 학생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체코말이 워낙 어려워 돈을 벌면서 공부할 수 없다는 점.공부할 때 쓸 돈은 반드시 갖고 오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진로를 명확히 하라고 당부했다.


공부를 한 뒤 한국으로 돌아가 가르칠 것인가,아니면 현지에 남아 작품활동을 계속할 것인가에 따라 준비를 달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품활동 중에 틈틈이 통역도 하고 있다.


영화배우 한석규가 주연한 이중간첩,SBS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제작을 위한 현지 통역도 김씨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