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 인터뷰] 프레드릭 미시킨 미컬럼비아대 교수.."한국 잠재력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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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빗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덥수룩한 곱슬 머리.책상과 학생 면담용 의자 2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좁은 연구실.프레드릭 미시킨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54)의 첫 인상은 '세계적인 통화금융론의 대가'라는 평가와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시작한 그의 얘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과 신념이 더해지면서 열기를 내뿜었다.
"한국이 '10년 후 세계'에 대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화두에 대해 미시킨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건전한 금융시스템 정비'와 '올바른 통화금융정책'이었다.
거칠 것 없이 진행되는 세계화의 물결에서 한 나라가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실물경제의 위험을 담보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확립해야 하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통화금융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미시킨 교수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이 연간 4% 성장에 만족해선 곤란하다"며 "올바른 금융시스템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가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대담 = 하영춘 뉴욕특파원 ]
한동안 빗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덥수룩한 곱슬 머리.책상과 학생 면담용 의자 2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좁은 연구실.프레드릭 미시킨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54)의 첫 인상은 '세계적인 통화금융론의 대가'라는 평가와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시작한 그의 얘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과 신념이 더해지면서 열기를 내뿜었다.
"한국이 '10년 후 세계'에 대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화두에 대해 미시킨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건전한 금융시스템 정비'와 '올바른 통화금융정책'이었다.
거칠 것 없이 진행되는 세계화의 물결에서 한 나라가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실물경제의 위험을 담보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확립해야 하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통화금융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미시킨 교수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이 연간 4% 성장에 만족해선 곤란하다"며 "올바른 금융시스템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가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대담 = 하영춘 뉴욕특파원 ]
-잘 나가던 미국 경제가 고유가와 잇따른 허리케인으로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그렇습니다.
소비가 둔화하거나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지는 등의 문제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나 크게 우려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통화금융정책이 시의적절하고 선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정책을 통해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잘 조절하고 있습니다.
FRB의 통화정책은 지난 89년 정비된 건전한 금융시스템에 의해 효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가 경착륙할 우려는 없습니다.
지난 70년대 말과는 달리 선물시장 등이 발달해 소비자들이 미리 대처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통제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이전의 오일 쇼크와는 다릅니다.
그런 만큼 미국의 경기 호조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경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그동안 한국의 경제 발전은 놀라웠습니다.
어려움에 처할수록 똘똘 뭉치는 특유의 국민성에다 금융위기 이후 새로 들어선 정부의 강력한 개혁 정책이 효과를 나타낸 덕분입니다.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어려움을 참아가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점도 주효했습니다.
이제 한국은 이전과 비교할 때 건전한 금융시스템을 갖추게 됐습니다.
당연히 전망을 밝게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간,또 그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중요한 것은 한국이 연간 4% 성장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잠재적 능력은 충분합니다.
일본의 경우 세계 시장을 제패하다시피 했지만 금융 구조조정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금융시스템이 실물경제의 충격을 극복하고 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다릅니다.
외환위기 이후 강도 높은 개혁으로 건전하고 바람직한 금융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이 있기는 합니다만,이를 바탕으로 할 경우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경제의 충격을 극복하고 높은 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살려야 한다고 보십니까.
"기본 원칙은 기업 등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무한히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경제에는 아직도 창조성이 넘쳐납니다.
그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성장에서 보듯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죠.한국도 이런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합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도록 적극 지원하는 한편 젊고 창의적인 기업가들을 많이 육성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하이테크산업도 번창합니다.
대신 부실기업은 시장원리에 따라 과감히 정리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고유의 방식'을 살려야 합니다.
한국은 높은 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력,열심히 일하는 근로자,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 등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보다 훨씬 개방된 사회여서 변화에 대한 흡수력도 뛰어나고 경제주체들의 추진력과 도전의식도 월등합니다.
이런 조건을 충분히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보완해야 할 점은 없습니까.
"한국 시장의 개방 정책,기업 지배구조의 개선,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등 그동안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노력이 최근 약간 주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식은 곤란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많은 금융회사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습니다.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데요.
"아주 잘못된 판단입니다.
경쟁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자면 진입장벽을 더 낮춰야 합니다.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금융산업은 물론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경쟁이 있어야 경쟁력이 길러집니다.
경쟁력이 있어야 금융시스템이 안정되고,금융위기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외국 자본의 진출을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씨티그룹이 한국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국제신인도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까.
금융감독당국이 외국 자본과 국내 자본 할 것 없이 과연 올바른 자금 흐름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잘 따져 금융시스템이 건전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좀 긴 안목에서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FRB에 있으면서 줄곧 '인플레이션 타게팅(물가를 중심으로 한 통화관리)'을 강조해 왔는데요.
"국제 금융시장이 자유화하고 테러 등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는 현대 사회에선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증명됐습니다.
물론 그린스펀 FRB 의장이라는 출중한 사람의 역량 덕분이기도 하지만,미국 경제가 지난 90년대 10년 장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플레이션 타게팅 덕분입니다.
한국은행도 통화관리 방식을 통화량 중심에서 물가 중심으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주 바람직한 일입니다.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비된 상태라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봅니다.
특히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타게팅은 시스템적으로도 뒷받침받고 있습니다."
-10년 후 세계 경제를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과거 10년 동안의 화두였던 글로벌라이제이션과 자유화가 앞으로 10년에도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간 자금 이동은 더욱 빨라지고 교역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 경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