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할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재테크 시장은 저금리가 골간을 이뤘다. 저금리로 금융회사 차입 비용이 실물투자 기대수익률보다 낮은 '부채-경감 현상(debt deflation sysdrome)'이 확산되면서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했다. 상승 속도에서는 완급 조절이 있겠지만 미국 등 국제금리의 인상 추세를 감안하면 콜금리 인상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 한 나라의 적정금리를 따지는 테일러 준칙 등을 통해 보더라도 지금의 3.5%는 여전히 1%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재테크 시장의 모습은 우선 시장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크게 약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국채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앞으로는 만기가 긴 국채를 더 선호할 것으로 보여 수익률 곡선은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은 정상적인 형태를 되찾을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재테크 수단별로는 부동산 시장,그 중에서도 수익형 부동산보다는 시세차익형 부동산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8·31대책과 함께 콜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올라갈 경우 대출상환용 부동산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의 부실 채권 증가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계층별로는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일수록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콜금리가 올라가면 갈수록 시중의 절대적인 유동성은 줄어들겠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다면 증시 주변의 가용 주식투자 자금은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가 빠르게 오르지 않는다면 부동산과 채권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들어오면서 가용 주식투자 자금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콜금리 인상에 앞서 시장금리가 이미 오래 전부터 오름에 따라 금융회사들의 여수신에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예금의 경우 만기가 짧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금리연동형과 특판예금이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 반면 대출은 기존 변동금리 대출은 아직까지는 갈아타지 않는다 하더라도 고정금리 대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편 해외 투자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앞으로 콜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한다 하더라도 미국 등 국제금리 인상 속도보다는 완만할 것으로 보여 해외 부동산이나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유인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콜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부동산을 대신할 중심 재테크 수단이 부상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재테크 수단에 대한 관심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펀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신흥국과 일본을 겨냥한 해외 펀드에 재테크 자금이 예상외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최소한 1년 이상 이어질 금리상승기를 맞아 재테크 패러다임이 변하는 만큼 이제부터 재테크 생활자들은 이런 변화를 미리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높은 수익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