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국 조지워싱턴대는 제주도에 분교를 설립할 방침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제주도와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그러나 이 대학은 결국 투자를 포기했다. 한국이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비해 입지 여건 등이 나빠 학생 모집이 힘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비영리 학교법인 제도,과실 송금 금지,해산시 재산 국가 귀속,수도권 내 대학설립 제한 등 각종 규제도 투자를 포기한 주요인이었다. 이에 비해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마저 외국 학교의 해외 과실송금을 허용하고 있다. #2.경제부총리 출신으로 지난 1월 긴급 투입된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취임 일성은 대학 개혁이었다. "대학 졸업생은 10년 새 두 배 반 늘었지만 기업에선 쓸 만한 인재가 없어 월급을 주면서 따로 재교육시키고 있다"며 교육 현실을 개탄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50개 국립대를 2007년까지 35개로 줄이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통폐합이 결정된 곳은 단 5곳에 불과했다. 교수와 학생 교직원 등이 완강히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대학 정원을 9000여명 줄였다고 하지만 수도권 대학을 제외하면 어차피 채우지 못할 미충원 인원을 감축한 데 불과하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개혁인 셈이다. 교육 개혁이 겉돌고 있다. 개혁의 필요성에는 모두 다 공감하고 있지만 이해집단의 반발 등에 부딪쳐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교육 개방,대학 구조개혁,교원평가제 등 각종 조치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다. '교육 허브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외국 명문대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대학들이 외면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외국 대학 유치는 현행 규제와 인센티브로는 한계가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과감한 규제 완화와 파격적인 재정 지원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방 차원이 아닌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학교 설립을 위한 특별법'마저 전교조 등 교육단체와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2년간 공전하다 지난 5월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설립 주체를 비영리 법인에 한정하고 이익금 과실 송금을 막았다. 또 학생 정원,교육 과정 등을 모두 승인받도록 하고 내국인 입학 비율도 10% 이하(초기 5년간만 30% 이하)로 묶어 외국 학교 유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가 대학 경영합리화를 위해 추진 중인 국립대 법인화도 교수들이 공동투쟁위원회까지 만들어 대대적인 반대에 나서면서 구조 개혁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대학 교육의 변화 속도도 매우 더디다. 산업연구원(KIET)이 2003년 말 전국 107개 공과대학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 공대 중 77%,지방 공대의 62%는 교과 과정에 기업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학생에게 실무 교육을 시킬 환경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교수들도 논문을 한 편 더 쓰는 게 평가에 유리하기 때문에 기업체 현실과는 동떨어진 '강단교육'에매달려 있다. 이병욱 전경련 상무는 "대학 본부는 최근 산학 협력을 강조하는 곳이 많지만 정작 현장의 교수들은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 내 보상,평가 시스템 등을 산학에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박세일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는 "참여정부가 소위 '코드'에 맞는 사람만 참여시켜 교육 정책을 세우다 보니 개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포퓰리즘에 휘둘리기보다는 앞서가는 부분은 아예 민간에 맡기고 뒤떨어진 부분은 정부가 맡는 식으로 규제를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