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발표한 '2005년 세계 100대 MBA' 순위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 상하이 시가 1994년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각각 2500만유로씩 출자해 세운 경영대학원인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이 22위에 오른 것이다. CEIBS의 부상은 중국이 개방을 통해 '교육 허브(hub)'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중국에는 CEIBS 외에 미국 보스턴대,럿거스대 등 외국 대학이 설치한 MBA 과정이 무려 94개에 달한다. 중국은 MBA뿐만 아니라 초·중·고교까지 개방했다. 일본은 2001년 '도야마 플랜'을 세워 101개였던 국립대를 2년 만에 89개로 통·폐합했다. 지난해에는 국립대를 전면 법인화했다. 영리법인이 학교를 세우는 것까지 허용했다. 세계 각국이 교육 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인재를 제대로 키워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국가는 교육을 주력 산업으로까지 키우고 있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사례다. 싱가포르는 1998년부터 미국 MIT대 시카고대,프랑스 인시아드(INSEAD) 등 12개 외국 명문대 분교를 유치했다. 이를 기반으로 2001년 싱가포르의 2300여개 교육기관이 만든 부가가치는 32억 싱가포르달러(2조1500억원).정보기술(IT)ㆍ통신산업(18억달러) 분야의 두 배에 가깝다. 태국은 '아시아의 국제학교 메카'를 내세우며 유학생 유치에 한창이다. 영국 해로(Harrow) 스쿨의 자매 학교 등 방콕 일대에만 100여개 국제 학교가 성업 중이다. 정진화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부)는 "교육의 목적은 우수한 인력을 키워내는 것"이라며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외국 유명 교육기관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휘석 산업연구원 신성장산업실장은 "교육의 폐쇄적인 시스템을 풀어 개방하는 것이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며 "이는 외국으로 나가는 학생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는 등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다"고 밝혔다. 중국 핀란드처럼 산·학·연 협동으로 대학을 바꾸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대학의 경우 직접 기업을 설립하는 등 '산학 협동'을 넘어 '산학 일체(一體)'로 나아가고 있다. 칭화대 베이징대 푸단대 등 40여개 대학이 운영하는 기업의 총 매출액은 97년 295억위안(4조2000억원)에서 2001년 607억위안(7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대학 교육을 바꾸려면 학교에도 아카데믹 캐피털리즘을 도입해 교수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삼 한양대 안산캠퍼스 부총장은 정부 규제가 산·학·연 클러스터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손꼽았다. 그는 "오는 2007년 LG연구소 등이 안산 캠퍼스에 완공되면 박사급 상주 연구 인력만 1000여명을 넘는데 이들의 연구를 도울 대학원생은 1000명이 안 된다"며 "학생을 늘리고 싶어도 수도권 억제 정책 때문에 단 한 명도 늘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