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수백만명 몰린 이유는.. '제3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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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이다.
푸르스름한 저녁의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일터를 나온다.
집으로 갈까. 그러나 마음은 왠지 다른 곳으로 향한다.
스트레스를 풀고,허전한 마음을 달래고,뭔가 신나는 경험을 하고 싶기도 하고,연인이나 친구들과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누고 싶다.
여기에 딱 맞는 장소가 어딜까. 이런 곳을 뭐라고 부를까. 바로 '제3의 공간'이다.
집이 제1의 공간이고 회사가 제2의 공간이라면 그 외에 자주 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공간이 바로 제3의 공간이다.
사람에 따라 즐겨 찾는 제3의 공간은 각자 다르다.
카페 혹은 노래방일 수도 있고 산,공원,광장,고수부지,도서관일 수도 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나 블로그 같은 인터넷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제3의 공간 중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공 장소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책 '제3의 공간-환상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연출 마케팅'(크리스티안 미쿤다 지음,최기철 외 옮김,미래의창)이 나왔다.
영어본으로 나왔을 때 처음 접했는데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저자는 드라마티스트이자 심리학자,트렌드 연구가.
그는 자신을 행위 과학자(performing scientist)라고 부른다.
하지만 분위기 관리(mood management) 전문가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하다.
사람들은 어떤 공간에 가면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조명,컬러,디자인,냄새 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 공간에 간 사람들이 "와우(wow)!"라는 탄성을 자아내도록 하는 것이 분위기 관리 전문가들의 목표이다.
이들은 인지과학,심리학,건축,디자인,마케팅 등 수많은 사항을 고려한다.
이 책을 보면 전세계적으로 멋있는 공간이 많이 소개된다.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에 있는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월드,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 있는 오리올(Aureole) 레스토랑,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도쿄의 SSAWS 스키돔,빈의 르메리디언(Le Meridien)호텔,아일랜드 더블린의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 등.
공공 공간(public space)에서 분위기는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면 박람회,축제,공공 도서관,디자인 몰,컨셉트 스토어,빌딩 로비,라운지,플래그십 스토어,트렌디 바,시 청사,명품숍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의 분위기를 관리할 필요성은 크다.
최근 복원된 청계천에 수백만 인파가 몰린 것도 그 동안 서울이라는 도시에 제3의 공간이 절실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오스트리아의 쇤부른 성이나 비엔나 시청앞 광장에서 벌어지는 크리스마스 이벤트 등은 도심 속 제3의 공간이 어떻게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높여주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제 사람들은 단지 기능만을 위해 어떤 장소를 찾지 않는다.
감성적으로 푸근한 느낌과 편안한 마음이 들기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 오감을 만족시키고 감성적 유대를 공고히 해주는 멋진 디자인 공간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 공간연출법을 알려준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유명한 제3의 공간을 사진에 담은 저자의 노력은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재미도 더해준다.
360쪽,1만5000원.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