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무역을 전공하고 한국생산성본부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다 어느 날 경북 울진 산골에 둥지를 틀었다. 단순히 도시가 싫거나 다른 도피처를 찾아 떠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행복을 찾아 결행한 '거사'였다. 그래서 귀농은 직업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던가. 현대자동차 영업소장이던 남편과 서울에서 나고 자란 두 남매 등 네 식구가 흙 냄새 맡으며 산자락에 안겨 산 지 5년.공중파 TV로 전국에 알려져 '유명인'이 됐지만 지금도 소중한 것은 어느날 "축하해.달리 줄 게 없네"하며 이웃이 내미는 하얀 개망초꽃…. '산골살이,행복한 비움'(배동분 지음,청림출판)은 이들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한 편의 휴먼 다큐드라마 같은 책이다. 집 앞에 텐트를 치고 좋아하는 하룻밤의 캠핑,도시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즐거운 불편의 행복' 등 자연 속에서 가족의 미래와 희망을 그려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따스하게 펼쳐져 있다. 아이들 교육문제? 전교생 30명의 작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식구처럼 지낸다. 학원 갈 일 없으니 스트레스도 없다. 논 밭이며 개울 닭장이 곧 학원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책읽기와 글쓰기를 더 좋아한다. 나머지 교육은 자연의 몫이다. 밭 언덕에 만든 눈썰매장이며 개구리와 시냇물이 모두 스승.이 같은 자연수업과 살아 있는 체험,스스로 행복해하는 독서의 묘미 등 '우주의 바탕'들을 어른이 됐을 때 조금씩 꺼내 쓰기를 부모는 바란다. 이들은 적당히 그을린 얼굴로 가을 산을 바라보며 오늘도 하늘마음농장(www.skyheart.co.kr)에서 띄우는 행복 주파수로 수묵담채화 같은 산골 삶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244쪽,98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