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생산적인 경쟁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균등주의가 만연해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의 장래가 교육의 수월성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절실하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14일 평등주의가 만연한 사회 풍조와 대학 자율성을 제한하는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 총장은 이날 오전 교내 문화관 강당에서 열린 제59주년 개교기념식에 참석,기념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자율적 책임으로 수월성을 추구할 때 국가 경쟁력의 바탕이 되는 훌륭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한 정 총장의 공세는 이어졌다. 그는 "자율성은 대학 존립의 으뜸원칙인데 안타깝게도 그 동안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허울조차 남아 있지 않다. 재정,조직,인사를 불문하고 대학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며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인의 노력을 정책으로 묶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총장은 교육부가 논술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을 염두에 둔 듯 "지식의 단순 암기능력이 아니라 통합적인 사고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서도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는)참담한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서울대가 세계 일류의 지식을 창출하는 교육 및 연구 기관으로 발돋움하려면 다양성과 자율성의 확보가 핵심적 관건"이라고 역설했다. 정 총장은 "서울대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느냐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서울대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대학의 법인화 문제도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석 기자 real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