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퇴직연금에 등골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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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표기업들이 퇴직자에게 지급하는 연금과 건강보험 급여 부담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비롯한 전통산업부문의 이른바 '굴뚝기업'들은 국제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규모의 적립금을 쌓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0월13일자)에서 "자동차 부품업체인 델파이의 파산보호 신청은 관대한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면서 "미국 기업들은 퇴직연금 등 과거 유산에서 발생하는 비용(legacy cost)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과도한 퇴직자 지원 부담
종업원이 많아 노조의 목소리가 큰 전통기업일수록 퇴직자 지원 부담이 과도하다.
GM의 경우 올해 퇴직자 건강보험 급여로만 50억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이는 연간 매출의 3%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일각에서는 GM의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과중해 앞으로 310억~700억달러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GM의 시가총액 150억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에 대해 델파이 CEO 스티브 밀러는 "GM이 향후 3년 안에 노조로부터 양보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델파이처럼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기업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파산보호를 신청한 델타 등 3개 항공사들은 파산보호 승인을 받으려면 퇴직연금과 건강보험 급여액의 부족분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통신업체들 역시 저비용 구조를 갖춘 인터넷전화회사의 등장으로 앞으로 퇴직자 프로그램으로 인한 재정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연금보증공사(PBGC)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적립해야 하는 퇴직연금 부족액은 작년 말 현재 450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퇴직연금 적립 부담이 작거나 아예 정부가 주도하는 다른 나라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미국 기업 해결책 마련에 고심
미국은 퇴직자 건강보험 급여를 세금으로 조성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기업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미국 기업들은 연금기금 수익에 따라 연금을 지급하지 않고 대부분 '해당 종업원의 마지막 봉급 가운데 몇 %'라는 식으로 확정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다.
문제는 전미자동차노조연맹(UAW) 등 노조측과의 협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어스처럼 회사를 그만둔 사람에 대한 건강보험을 더 이상 지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지만 노조의 목소리가 큰 기업들은 그럴 형편이 못돼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편 미 정부도 기업들의 연금 부족액 또는 채무가 일반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이전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의회에서 미 연금보증공사가 유나이티드항공의 퇴직연금 채무 66억달러를 떠안는 안을 승인한 것도 이 같은 우려감에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