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평규 S&T중공업·S&TC 회장이 쎄븐마운틴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세양선박의 2대주주로 전격 부상하자 그 배경과 향후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TC 관계자는 지분 매입 배경을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최 회장은 STX그룹의 지주회사인 (주)STX 주식을 매입했다가 다시 매각하는 등의 행보를 거듭해온 터여서 이같은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세양선박의 경우 매집한 지분 규모가 워낙 큰데다 추가 주식 매입의 가능성도 적지 않아 궁극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경영참여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최 회장이 모터사이클 제조업체인 효성기계의 지분 22.0%를 매입해 주요주주인 HJC와 공동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쎄븐마운틴그룹은 어쨌든 최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증권가는 그러나 쎄븐마운틴그룹의 임병석 회장 역시 세양선박 진도 우방 등을 잇따라 인수해 단기간 내 주목받는 중견 그룹으로 키워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방어 전략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이 쎄븐마운틴해운을 통해 세양선박 주식을 추가로 매입,경영권 방어에 나설지 아니면 최 회장과 세양선박을 공동 경영하는 등 제3의 길을 모색할지 주목된다.


◆단순 투자일까,경영 참여일까


최 회장의 이번 주식 매입은 세양선박이 안고 있는 재무적 상황,쎄븐마운틴의 그룹 구조와 적지 않은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세양선박은 지난해 말 현재 자본금이 449억원에 불과하지만 총 부채는 이보다 훨씬 많은 1766억원에 이른다.


그러면서도 154억원의 순이익을 낸 기업이다.


최 회장은 이 때문에 쎄븐마운틴그룹이 2대 주주로 부상한 자신들을 오히려 우호 세력화하거나 경영에 참여시킬 경우 재무적인 지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는지 모른다.


적대적 M&A가 국내 정서상 환영받지 못하는 점을 고려,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길을 쎄븐마운틴그룹에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과 S&TC는 쎄븐마운틴그룹에서 자금 지원 요청이나 이사진 파견 등의 제의가 오면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쎄븐마운틴그룹의 지분 구조도 주식 매입의 주요 배경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쎄븐마운틴그룹은 쎄븐마운틴해운을 통해 세양선박 진도 우방 우방타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임 회장은 쎄븐마운틴해운 지분을 61.4%,쎄븐마운틴해운은 세양선박 지분 20.4%를 갖고 있다.


세양선박은 다시 진도(61.5%) 우방(10.1%) 우방타워랜드(12.4%)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증시 관계자는 "진도와 우방은 부채 비율이 100% 미만이어서 건전한 재무 건전성을 갖추고 있다"면서 "최 회장과 S&TC가 이들 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양선박을 '지렛대'로 활용해 쎄븐마운틴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지분경쟁 가능성은


최 회장이 효성기계 주식을 사모아 주요 주주인 HJC와 공동 경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양선박을 놓고 양측이 치열한 지분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 회장은 올해 주총에서 효성기계의 등기 이사로 등재돼 주요 주주로서 의결권을 분명하게 행사하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도 "최 회장과 S&TC가 확실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세양선박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 중인 ㈜STX 주식의 일부를 매각하면서까지 세양선박 지분을 확보한 것은 그런 맥락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업 M&A로 급성장해 온 쎄븐마운틴그룹은 최 회장과 S&TC의 이런 행보에 일단 안정적인 지분 확보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쎄븐마운틴해운이 최근 세양선박의 지분을 19%에서 20%로 끌어올린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양선박이 해외에서 발행한 2000만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도 주식으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


전환되는 주식은 쎄븐마운틴그룹이 인수할 수 있으며 최 회장측도 인수에 나설 수 있다.


양측이 결국 이 같은 지분 경쟁에 돌입할 경우에는 동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 회장측은 알짜 기업으로 소문난 S&TC와 흑자 전환에 성공한 S&T중공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인의 종잣돈 규모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건은 쎄븐마운틴그룹의 임 회장이 얼마나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측이 세양선박 지분을 은밀히 인수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양측 간 지분경쟁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내다봤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