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장관 수사지휘권 수용 '가닥'..金총장 사퇴놓고 한때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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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4일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수사하라"는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사퇴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이다.
검찰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적법한 만큼 이를 수용하되 검찰 중립성 훼손 우려에 대한 유감의 표시로 수장이 사퇴하는 초강수까지도 검토하는 '배수진 전략'이다.
이에 따라 강 교수 사태가 여권과 검찰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화될 조짐이어서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사퇴 놓고 막판 고심
검찰은 이날 △수용 후 사퇴와 △재수사 후 추후결정 등 두 가지 안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수용 후 사퇴'안은 공무원조직의 특성상 상사의 적법한 지휘권을 거부할 명분이 약해 일단 '불구속수사하라'는 장관의 지휘권을 수용하되 검찰의 불만을 총장 사퇴로 표시한다는 절충안이다.
재수사 후 추후결정안은 시간벌기 전략으로 여론과 정치권 등의 반응을 봐가며 구속의견 개진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전이라는 게 부담이다.
하지만 김 총장의 사퇴의사가 워낙 강경해 대검 간부들은 이날 하루종일 마음을 졸여야 했다.
한 대검 간부는 "김 총장이 주머니에 사직서를 지니고 있어 신중하게 판단하시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김 총장의 사퇴의사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지난 12일 저녁 천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즉각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대검 고위간부들이 "검찰조직 보호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만류했지만 13일 이후 중간간부 이하 평검사들의 지배적 견해는 "수사지휘권을 거부하고 용퇴를 해야 한다"는 것.특히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자 일선 검사들의 반발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석검사는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 권한 남용 등 예외적인 경우를 위해 마련된 조항"이라며 "대다수 검사들이 수사지휘권 거부쪽을 지지하는 만큼 수사지휘권을 수용하면 총장은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다.
◆보·혁 검찰·여권 갈등 등 여진 심상찮을 듯
검찰이 천 장관 지휘권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장관-검찰 간 정면충돌은 일단 피하게 됐다.
하지만 검찰이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은 데다 강 교수 사태로 해묵은 보·혁 갈등이 재점화되는 등 파문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무엇보다 검찰과 여권 간 기존 갈등은 강 교수 사태를 계기로 폭발하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번 장관의 조치는 검찰총장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수사지휘권을 정치인인 법무장관이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보이고 그렇게 되면 검찰독립은 물건너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동안 잠복해있던 보·혁 갈등도 재연될 조짐이다.
일선지청의 한 검사는 "검찰이 강 교수를 구속수사하지 못할 경우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는 등의 친북주장에 대해 일반인들이 가벼운 범죄로 보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천 장관도 '정치적 외압'을 행사해 검찰에 상처를 입혔다는 비난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