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년후를 생각한다] (5) 고령화대비 지금도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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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통계청은 '인구주택 총 조사' 결과 우리나라 인구 4700만명 중 65세 이상이 340만명으로 7.2%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를 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인구 고령화'의 먹구름이 본격적으로 드리우기 시작했다는 경종이기도 했다.
정부를 필두로 경제·사회 전문가들은 고령화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보도자료와 보고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령화 위기가 처음 거론된 지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고령화 저출산 문제는 우려만 무성한 채 가시적인 대책이 전무한 상태다.
가장 대표적인 게 국민연금 개혁이다.
노후 사회 안전망의 최후 보루인 국민연금은 '조금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돼 이대로라면 오는 2047년께 적립 기금이 바닥날 위기에 몰려 있다.
정부는 2070년까지 국민연금 재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보험료는 좀 더 받고 연금 지급액은 줄이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표 부담을 이유로 법 처리를 외면하고 있다.
그 결과 2003년 처음 상정된 국민연금법 개혁안은 3년째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는 "국민연금·공무원연금 수술 작업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개혁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부터 이끌어 내라"고 주문한다.
전문가들이 고령화 시대 노동력 대책으로 첫손 꼽는 중·고령자 고용 문제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중장기(2005∼2020년) 인력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이 점차 감소해 오는 2010년부터는 노동 시장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이후 선진국들의 중·고령 인구 고용률이 높아지는 데 비해 한국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임금을 줄이고자 중·고령자를 우선 퇴출시킨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종업원 1000명 이상 사업장의 고령자(55세 이상) 고용률은 3.0%로 전년(3.2%)에 비해 0.2%포인트 줄었다.
고령자(55~64세) 고용률은 한국이 지난해 현재 58.5%로 1990년(61.9%)에 비해 3%포인트 이상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미국(54%→59.9%) 일본(62.9%→63%) 등은 오히려 높아졌다.
영국(56.2%)이나 독일(39.2%) 등에 비해 한국 고령자들의 취업률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이들 유럽 국가가 완벽에 가까운 노인복지 제도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단순한 비교는 의미가 없다.
일반 기업은 물론 정부 부처도 고령자 고용에 소극적이다.
최근 노동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가 기관 52개 가운데 기획예산처 여성부 등 8개 기관이 우선 고용 직종에 고령자를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고령사회 노동력 감소 충격을 줄이려면 15~64세까지의 생산가능 인구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한편으로 중·고령 근로자 고용을 늘리고 이들의 생산성을 유지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고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대비에 소요될 재정의 적정 수준과 조달 방법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고령화·저출산의 영향으로 정부 지출이 급증하는 한편 잠재성장률 저하와 세수 감소가 맞물려 심각한 재정 압박이 예고되고 있다"며 "경제가 본격적으로 노쇠화하기 전에 대비 전략을 세우고 그를 뒷받침할 경제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