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6:03
수정2006.04.03 06:04
세계 주요 도시에서 주택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시장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미국의 잇단 금리인상을 계기로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들을 중심으로 부동산투자가 눈에 띄게 줄면서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꺾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일부 대도시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 2004년 집값이 25%나 올랐던 모스크바와 파리,홍콩 등에서도 올 들어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는 양상이다.
런던 역시 지난 9월 평균 집값이 전년 동기 대비 0.5% 떨어졌다.
◆미국 집값 도심 중심으로 하락
미국의 집값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집값이 급격한 내림세는 아니지만 하락세만큼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는 최근 "올 여름 일부 대도시에서 시작된 부동산 경기 하락이 전국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특히 부동산 투자 붐을 촉발시켰던 뉴욕 맨해튼 노른자위 고급 아파트 가격은 3분기에만 13%나 빠졌다"고 전했다.
다른 나라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파리 시내 중심 16구역 아파트 가격은 상반기 전체로는 4.6% 올랐지만 4∼6월엔 4% 이상 떨어졌다.
이는 무엇보다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16일 파리지역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을 인용,"지난 5년 동안은 집을 구매하려는 희망자가 나타나면 거의 바로 계약이 체결됐지만 이제는 다섯 채를 보여줘도 더 기다리겠다고 한다"고 썰렁해진 분위기를 전했다.
런던에서는 임대 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이 1년 전에 비해 50% 줄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미국의 잇단 금리 인상이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연 1.0%였던 것이 지금은 연 3.75%에 이른다.
이는 다른 나라의 '큰 손' 투자자들에게도 집값 상승이 과도하다는 인식을 환기시키고 있다.
◆거품 붕괴 조짐은 없어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선진국 주택 가격 총액은 지난 5년간 30조달러 늘어 70조달러에 이른다.
불어난 30조달러는 이들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다 합친 것과 같은 액수다.
이 같은 자산가치 급등은 1990년대 후반 거품론을 촉발시켰던 세계 주가 동반 급등기(GDP합계의 80% 상승)를 능가하는 것으로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주택경기 하강이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계속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IHT는 "세계 경기가 괜찮은 상황이며 주택 실수요층도 적지 않아 가격 급락보다는 상승세 둔화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