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했다 돌아온 뒤 벽에 붙은 월패드를 향해 '집안상태 보고해'라고 말한다.


그러자 집안 가전기기의 상태를 하나씩 알려 주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 1일 은평 뉴타운 음성인식 홈네트워크 전시장에서 한 국내 홈네트워크 시스템 업체가 선보인 기술시연회의 한 장면이다.


홈네트워크 시스템의 진화가 빨라지고 있다.


눈깜짝할 사이에 신기술이 기존 홈네트워크 시스템에 접목되고 있다.


최신 홈네트워크 시장의 신기술 동향에 대해 살펴본다.




◆급속도로 진화하는 음성인식 시스템


최근들어 홈네트워크 기술에서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부분이 음성인식 기능이다.


영화 '스타트랙'의 한장면처럼 집주인이 얘기만 하면 집안의 가전기구와 가스밸브,보일러,커튼 등이 자동으로 작동되는 것이다.


저녁 무렵 어둠이 깔려도 일일이 집안을 돌아다니며 조명 스위치를 누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열린것이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도 손쉽게 집안기구를 앉은 채 조정할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어로도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한 홈네트워크도 나왔다.


서울통신기술은 최근 영어인식 시스템을 갖춘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공개했다.


예를 들어 'Close the gas lid(가스밸브 닫아)'라고 말하면 곧바로 가스밸브가 작동되고 'Tell me home status(집안상태 보고해)'라고 하면 영어음성으로 집안상태를 알려주는 식이다.


현대통신은 대화식 제어기법을 홈네트워크 시스템에 도입했다.


사용자의 음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명령을 재확인하는 질문을 하도록 해 음성인식의 불안감을 해소한 것이다.


또 사용자에게 단말기가 음성으로 아파트 공지사항이나 날씨정보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이 같은 음성인식 시스템은 그동안 시연관 등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된 측면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실생활에도 서서히 보급되고 있다.


이미 타워팰리스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등에는 휴대폰을 통해 음성을 인식,가전기기를 제어하는 시스템이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내년 중반 이후부터는 서울과 지방의 여러 아파트 단지에 시스템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음성인식 홈네트워크가 도입되면 휴대폰으로 자신의 집에 전화를 걸어 본인 인증을 한 후 음성으로 조명 가스밸브 에어컨 보일러 커튼 등을 작동할 수 있고 시간을 정해 예약작동을 할 수도 있다.


가스밸브를 열거나 전등을 켜 둔 채 외출하면 집안 가전기기와 장치 상태를 자동으로 음성 통보해 줘 이를 휴대폰으로 확인한 후 잠글 수 있다.


방범기능도 강화돼 외출할 때 방범모드를 설정해 놓으면 외부인이 침입할 경우,감지센서를 통해 침입 여부를 판별하고 이를 집주인 휴대폰과 경비실 관리실로 통보해주는 기능도 갖췄다.


현재는 벽에 부착된 월패드 음성인식 시스템을 이용해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이동형 장비를 들고 다니면서 네트워킹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텔레매틱스와 연계


포스데이타는 차량용 텔레매틱스 단말기와 연동되는 홈네트워크 시스템의 개발을 마친 상태다.


이 시스템은 차량에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 집의 문잠금 상태나 조명상태,가스 밸브 잠금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특히 차안에서 각종 메시지를 음성녹음해 집으로 전달하는 기능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외출하면서 "엄마 외출하는데 학교 갔다오면 점심 챙겨먹고 공부하고 있어라"라고 메시지를 차에서 녹음하면 자녀가 집에 와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밖에 차량용 단말기에서 외출 버튼을 누르면 각종 전원이 꺼지고 방범·방재 기능이 설정되도록 하기도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