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유엔까지 나선 인터넷 규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컴퓨터와 한층 더 가까워지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네티즌들의 자유공간인 인터넷에 대해 각국 정부는 물론 유엔까지 나서 각종 규제 정책을 쏟아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튀니지에서 개최될 예정인 '정보사회 세계 정상회의(WSIS)'를 앞두고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유엔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감독하는 새로운 국제기구를 설립하자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인터넷 감독 기능을 이제는 유엔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정부는 "인터넷은 지금처럼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으며 그래야만 기술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인터넷에 대한 자유방임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터넷 규제를 주장하는 국가들은 도메인 이름이라도 관리해주는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또 국가간 정보화 격차를 해소하고 가난한 국가들에 대한 정보화 지원사업에도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불법 음란물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규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인터넷에 대한 정부 규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프랑스 법원은 독일 나치정권을 찬양하는 서적과 기념품을 온라인상에서 판매했다는 이유로 야후에 대해 제품판매 금지 처분을 내렸다.
얼마전 호주 법원도 미국 다우존스사가 발행하는 잡지인 배런스 온라인판이 명예훼손 혐의가 농후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인터넷은 개인이 세계와 만나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인터넷에 정보를 올리는 순간 그 정보는 글로벌화된 정보로 변신한다.
이처럼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역기능도 뒤따랐다.
각종 음란물 및 도박 사이트가 등장하고 전자 상거래 사기 사건도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다.
유엔이 국제조약을 만들어 인터넷을 감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부 국가들은 세계무역기구가 나서 인터넷 상거래를 관할하고 인권 침해와 음란물 및 도박 사이트 등에 대한 처벌 등을 총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에 대해서는 자유방임적인 접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접근법은 많은 국가들로부터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차선책으로 인터넷 정보를 생산한 국가의 정부가 감독 및 규제 권한을 갖는 편이 낫다고 제안하고 싶다.
이른바 인터넷 정보의 '원산지(country of origin)'규정을 활용하면 법률적 관할권을 둘러싼 국가간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독재 국가의 국민은 다른 나라에서 인터넷 정보를 생산해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보사회 세계 정상회의에서 독재국가들이 유엔을 앞세워 인터넷의 자유를 억압하도록 놔둬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미국 진보자유재단의 아담 티에러 수석 연구원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The World Wide Web of Bureaucrat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