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현씨(손태영) 아시죠? 전숙현씨는 정하석씨(차태현)랑 헤어지고 싶어 합니다. 직접 말하기 어렵다고 저한테 부탁한 겁니다. 이해하시겠죠?"


눈물이 그렁그렁한 정하석이 유리문 안쪽의 전숙현을 훔쳐보면서 혼잣말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는 연인들의 결별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는 이별대행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권종관 감독의 멜로영화 '새드무비'의 이 장면은 사랑과 상실의 함수관계를 알려준다.


사랑은 잃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차마 연인의 면전에서 이별을 선언하지 못한다.


영화 속 세 쌍의 남녀와 한 쌍의 모자(母子)는 모두 상실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그들은 분노로 다투는 게 아니라 슬픔으로 고뇌한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이라면 사랑의 끝인 이별도 숭고한 까닭이다.


여러 커플들의 에피소드는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그려진다.


작별의 순간에 들려주는 가수 장필순의 주제곡은 마치 복잡한 감정을 허공에 훌훌 던져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격정을 털어낸 이 담백한 주제곡은 이야기가 신파로 흐르는 것을 막아준다.


영화에 삽입된 개그도 마찬가지다.


정우성이 말 못하는 처제 신민아의 수화를 오인하고,이기우가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인형들과 대화하며,차태현이 외국인에게 더듬더듬 이별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는 장면 등은 관객들이 슬픔에 빠지지 말 것을 요구한다.


또 염정아가 담임선생에게 돈봉투를 건네주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뒤로 빠지자 수업 중인 아이들이 이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도 관객들의 폭소를 이끌어 낸다.


다만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에 비해 대사가 너무 단조롭다.


인물들의 어투가 진부해 영화의 참신함을 훼손한다.


상영 중인 로맨스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처럼 여러 커플들을 동시에 조망하는 구성도 별로 새롭지 않다.


사족이지만 스타급 연기자가 이처럼 많이 등장한 한국영화는 쉽게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작품에 출연한 정우성 차태현 신민아 염정아 등은 한결같이 단독 주연을 맡을 수 있는 배우들이다.


이들이 소속된 국내 최대의 매니지먼트업체 IHQ의 작품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캐스팅이었을 것이다.


20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