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운 < 농업기반공사 사장 ajw@karico.co.kr > 일본에 가면 쉽게 듣는 말 중 '스미마센'과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라는 말이 있다. '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라는 뜻이다. 백화점이나 상점을 방문하면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스미마센'이라는 말을 듣는데 말 속에서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이 체화되어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물건값을 흥정하다 그냥 가는 손님에게도 활짝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아무리 바빠도 상대가 물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진지하게 경청하며 도움을 주려 애쓴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까. 우리나라 양반문화에서 전해오는 말 가운데 '여봐라'라는 말이 있다. 남성들의 호탕한 기질을 보여주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를 낮추고 나를 높이는 우월성이 엿보이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문화 탓인지 지금도 우리 대화 중에는 상대보다 자기를 높이려는 과시용 대화법이 은근히 많다. '스미마센'과 '여봐라'의 차이를 단순한 문화 차이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만은 없는 것이 이러한 차이가 무한경쟁 시대에 고스란히 경쟁력으로 환산돼 되돌아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기업들도 저마다 고객만족을 자사의 최대 경영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한 갤럽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은 8명의 다른 고객에게 만족을 전달하지만 불만을 가진 고객은 25명의 다른 고객에게 그 불만을 전파한다고 한다.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데는 10달러의 비용이 들고 그 고객을 잃어버리는 데는 10초의 시간이 걸리며,잃어버린 고객을 다시 데려오는 데는 10년이 걸린다는 말도 있다. 이것이 고객의 법칙,10-10-10이다. 고객들은 대체로 좋은 상품보다는 친근한 태도,감동을 주는 친절 등 인간적인 요소에 더욱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상대를 높이고 자신의 몸을 굽히는 일이 왠지 우리 정서와 문화상 쉽지만은 않다. 쓰러져가는 회사를 되살린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의 전 사장 얀 칼슨은 고객의 힘을 이렇게 설명한다. "고객과 만나는 15초 동안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 '스미마센'과 '여봐라',이 작은 문화의 차이가 고객 확보전이 펼쳐지고 있는 무한경쟁 시대에 미칠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일지 한 번쯤 생각해봄 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