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 인터뷰] 인구경제학 권위자 마쓰타니 아키히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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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최인한 도쿄 특파원 ]
10월 초 도쿄 롯폰기에 위치한 정책연구대학원대학.마쓰타니 아키히코 교수는 인터뷰를 위해 기자가 연구실을 찾아갔을 때 컴퓨터를 켜놓고 2005년판 유엔 인구통계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2006년부터 '인구 감소'와 '경제 규모 축소'라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을 맞는다"며 "경제·사회의 체제 변화에 대비해 개인 기업 정부는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쓰타니 교수는 특히 "기업 경영의 키워드는 매출이 아닌 이익률이 될 것이며,직장인들도 자생력을 키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재정 지출 삭감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둬야 하며,개인들도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본 대장성에서 예산담당 국장까지 지낸 뒤 학자로 변신한 마쓰타니 교수를 만나 인구 감소 시대의 경제·사회상을 들어봤다.
-10년 후 세계경제 판도는 어떻게 변할까요.
"인구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미국 일본 유럽 등 3개 선진 경제권 가운데 10년 뒤에도 경제력이 커지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미국은 젊은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경제력이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유럽에서도 고령화와 출생률 하락이 진행되고 있지만,동유럽 국가의 유럽연합(EU) 편입으로 급격한 경제력 약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일본은 내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고 노동 인구도 감소해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경제 규모가 줄어드는 시대를 맞을 것입니다."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는 뜻인가요.
"일본 경제는 오는 2010년께부터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경제 규모 축소' 시대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0년대 초반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0.5% 수준을 맴돌 것입니다.
그렇다고 1인당 국민소득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개인들의 삶의 수준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몇 년째 연평균 8,9%대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경제는 어떨까요.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10년 후에 현재 선진국 수준의 경제 강국이 될 것으로 보지만 제 견해는 다릅니다.
중국이 스스로의 자본이나 기술로 경제성장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경제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경제 강국'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은 자체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시장이 커진다고 해도 경제력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서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 경제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일본처럼 2010년대 초반에 '경제 규모 축소' 시대에 접어들지는 않겠지만,10년 정도 더 지나면 비슷한 길을 갈 것입니다.
한국은 경제·사회 시스템이 이미 선진국 궤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과거 고도성장 시기와 같은 연 5%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내년부터라도 저성장 시대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10년 뒤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일어날 가장 큰 변화를 든다면.
"가치관의 변화입니다.
지금까지는 경제 규모가 커지고 소득이 늘어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를 살아왔지만,선진국의 경우 경제력 확대가 한계에 부딪치면서 돈을 많이 벌어 '경제적 행복'을 사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 것입니다.
돈보다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늘어나는 '여유시간'으로 행복을 찾는 생활로 눈을 돌릴 것입니다.
특히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인구 감소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사회 변화도 급격히 이뤄질 전망입니다."
-노동력 감소는 어떤 형태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선진국들은 노동력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이나 여성 인력의 취업 확대 등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둘 다 실패할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 외국인 증가로 많은 사회 문제가 발생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로 여성 인력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는 대책은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박리다매'를 목표로 하는 경영 시스템을 버리고 매출이 줄더라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대량 생산 방식에 의존해온 일본이나 한국 기업들은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 가족 형태는 어떻게 변할까요.
"노동력 부족으로 여성들의 취업 환경이 좋아져 일하고 싶어하는 여성의 취업 문호는 넓어질 것입니다.
또 여성들의 사회 진출로 결혼을 하지 않는 독신 여성도 증가할 게 분명합니다.
이에 따라 가족 구성원 숫자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다고 가정주부들의 취업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일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는 취업이 그만큼 쉬워질 것이라는 뜻이지요."
-세계 각국에서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구가 감소하면 학생 수도 줄 것이고,그러면 경쟁력 없는 대학은 도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대학의 경쟁이 심해지면 대학 숫자가 줄어들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대학은 교양 교육만 시키고,업무에 필요한 교육은 기업이 맡아왔습니다.
경제 축소 시대가 오면 기업들은 코스트를 줄이기 위해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실전적인 인재를 뽑을 것입니다.
대학의 역할이 '제너럴리스트'에서 '스페셜리스트' 양성으로 바뀐다는 얘기죠.이렇게 되면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실무 능력이 강한 대학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대학생들도 실전 능력을 키워야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용과 임금 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바뀔까요.
"고용 형태는 다양화할 것입니다.
파트 타이머 등 비정규직이 늘어나겠지만 그렇다고 정규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정규직이 필요하니까요.
고용 시스템도 현재보다 훨씬 유연해질 것입니다.
임금 수준은 전반적으로 올라갈 전망입니다.
연공서열제가 무너지고 능력급제가 뿌리를 내리면서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젊은이들은 오히려 임금이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이들 고소득 젊은이들은 여러 방면에서 사회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 감소 시대에 대비해 정부나 개인이 준비해야 할 일이 있다면.
"우선 정부는 복지 확대 정책을 포기하고,세출 삭감을 통한 재정 건전화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합니다.
개인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진다는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노후를 연금 등 사회보장 제도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특히 고령화로 인생을 장기적으로 설계하는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력이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동안 '제2의 인생'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jan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