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3월 미국에서 열린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처음 만났던 '아마추어' 미셸 위는 정말 대단했다.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장타를 내뿜는 그녀를 보며 기자를 포함한 갤러리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로부터 2년6개월.이번 삼성월드챔피언십(10월14∼17일)에서 프로데뷔전을 치르는 그녀를 다시 지켜봤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아마추어 티를 벗지 못한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당한 것은 그렇다 치고,대회코스는 물론 연습장에도 부모가 그림자처럼 뒤를 따라다녔다. 여자대회에서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자대회에 나가는 것을 공공연히 거론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계 '소녀 골퍼'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미셸 위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있다. 프로가 된 이상 성적으로 자신의 '상품성'을 입증해 보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키 크고 어린 소녀'가 장타를 친다는 사실에 높은 점수가 주어졌지만,성적을 내지 못하면 여론은 싸늘하게 등을 돌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골프 측면에서 볼 때 미셸 위는 다른 선수보다 드라이버샷을 20∼30야드 더 날리는 것 빼고는 별다른 장기가 없다. 아니카 소렌스탐,박지은 등과는 거리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미국LPGA투어 상위권 선수에 속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주위 사람들은 남자대회 커트 통과나 미LPGA투어 대회 우승을 금방이라도 할 것처럼 기대한다. 세계여자골프 최강 소렌스탐은 미PGA투어 'B급 대회'인 콜로니얼에 참가한 뒤 남자대회 도전을 포기했다. 그런데도 위는 "지금 거리의 10%만 늘리면 남자대회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만약 미셸 위가 원하는 목표를 이른 시일내에 이루지 못할 경우 여론은 그녀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프로데뷔전에서의 실격이 미셸 위의 앞날에 교훈이 되면서 '거품'을 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팜데저트(미 캘리포니아주)=한은구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