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주부 서나리씨(29)는 요즘 고마운 친구 하나가 생겼다. 생긴 것도 동글동글하니 귀여운 로봇청소기다. "집안 구석구석을 혼자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대견스럽기까지 해요. 평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침대 밑도 척척 들어가 먼지를 빨아들이고,쉴 때는 다음 청소를 위해 알아서 재충전도 합니다." 서씨는 "친구가 청소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한다"면서 "없을 땐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로봇청소기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중저가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백화점 전자전문점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최근 옥션의 설문조사에서 로봇청소기는 가장 갖고 싶은 혼수가전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약 6000대였던 판매량은 올 들어 현재까지 2만대 이상으로 늘었고 내년엔 4만5000대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로봇청소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격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몇년 전만 해도 20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 일색이었으나 올 들어 30만~50만원대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기능도 점차 향상되고 있고,주부들 사이에 가사 노동 시간을 줄여주는 등 편리성이 입소문으로 퍼져 구매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도 떠오르는 시장을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외국산 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국내 업체들도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외국산 제품으로는 아이로봇 룸바,일렉트로룩스 트릴로바이트,카처 로봇청소기 등이 대표적.미국 아이로봇사의 '룸바 디스커버리'는 제품 높이가 8.5cm밖에 안돼 침대나 소파 밑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적외선 센서가 가상벽을 인식해 청소 구역을 미리 설정할 수 있는 제품으로 가격은 59만8000원이다.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의 트릴로바이트 2.0은 9개의 고감도 센서로 청소 공간과 시간을 정해 스스로 청소한다. 가격이 200만원대로 다소 비싸다. 독일 카처의 RC-3000 로봇청소기는 다양한 청소 모드 선택이 가능하고,광센서로 난간이나 계단 등의 장애물을 자동 감지하는 특징이 있다. 역시 200만원대다. 국내 업체 중에는 LG전자가 100만원대의 로보킹을 내놓았다. 유진로보틱스는 '아이클래보Q(54만8000원)' 모델을 선보였고 한울로보틱스 등 3~4개 업체가 신제품을 준비 중이다. 가전업계 전문가들은 "로봇청소기는 사람이 하는 청소의 약 85% 효율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너무 믿을 필요는 없다"면서 "제품을 구입할 때는 흡입력,배터리 수명 등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