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가 대기업에 이어 외국계 펀드와 증권사 등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로펌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반면 국세청 세무조사 때마다 일감이 몰렸던 회계법인은 울상이다. 기업들이 세무대리 업무를 회계법인에서 로펌으로 바꿔 맡기고 있어서다. 17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각 로펌들은 조세팀 인원을 지난해에 비해 20%에서 최고 50% 이상 늘렸다. 율촌은 지난해 16명이었던 조세 분야 인원을 올 들어 25명으로 대폭 늘렸다. 광장과 화우도 각각 8명과 9명에서 모두 11명으로 확충했다. 태평양 유철형 변호사는 "최근 담당 인력을 2명 늘렸지만 한 명당 업무량이 전년도에 비해 50% 이상 증가한 것 같다"며 "추가로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로펌들에게 세무대리 업무가 집중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샤베인 옥슬리법 영향 때문이다. 이 법은 회계법인은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컨설팅 등 감사 외의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대부분 PwC,KPMG,딜로이트투시,Ernest&Young 등 세계 유수 회계법인과 연계되지 않은 곳이 없어 국내 회계법인 영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일과 하나안진 삼정 등 국내 대형 회계법인도 이들 외국계 회계법인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즉 외국계 기업들이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시스템으로 빚어질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아예 로펌을 세무대리인으로 선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조세 분쟁의 원인이 납세자들의 고의 누락보다는 미묘한 법적 해석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어 외국계 기업들이 회계법인보다는 로펌을 선호하고 있다. 또한 론스타나 삼성생명 사건처럼 기업들의 조세 문제가 결국 검찰 수사나 법정 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아 회계법인보다 민·형사 소송에도 능한 로펌을 찾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무조사로 로펌들이 누리고 있는 반사이익은 반짝 특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율촌의 소순무 변호사는 "해마다 조세 관련 업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세청의 집중적인 세무조사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매출 증가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준·정인설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