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강화군 철산리와 황해도 개성시 개풍군 고도리 간 직선 거리는 불과 1.4km에 불과하다. 철산리에서 큰 소리로 외치면 고도리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지금은 서해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어 왕래가 쉽지 않지만 연륙교만 세워지면 두 지역은 자동차로 2~3분 거리로 가까워져 남북 간 경제협력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측의 인천경제자유구역과 북측의 개성공단이 육로로 연결돼 남북경협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개성공단을 묶어 하나의 경제특구로 확대해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북한판 마샬플랜이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개성공단을 연계시킬 경우 별 어려움 없이 실현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전일수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은 "개성과 인천 간 거리가 불과 50~60km에 불과해 컨테이너 육로 운송에 매우 적합한 입지"라며 "개성공단 물자가 남북 국경 출입 절차 없이 내국물자 처럼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으로 직접 드나들 수 있도록 보세운송 체계가 이뤄지면 수송속도와 물료비용면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인천경제특구를 물류 및 지식산업 기지로,개성공단을 제조업 기지로 활용해 경제특구로 묶으면 시베리아철도를 통한 대륙진출이 가능하고 인천경제특구의 물류기반 강화는 물론 투자유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이를 위해 인천시는 이미 올해 초 중앙대 민족통일연구소(소장 이상만 교수)와 한국산업은행 동북아연구센터에 용역을 발주,개성과 연계한 인천경제특구발전추진전략을 마련했다.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강화도~개풍군 간 길이 1.8km의 연륙교를 건설하면 경의선과 서울외곽순환도로(서해안고속도로)로 연결되는 육로수송로를 확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인천공항~신도(영종도 인근 섬)~강화와 개풍을 연결하는 수송로(41.6km 연륙교 포함)를 건설한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상만 중앙대 교수는 "강화~개풍 간 연륙교와 해상수송로 등이 확보되면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이 1시간 이내에 강화도를 거쳐 인천외곽순환도로(경인고속도로) 또는 해상을 통해 인천공항 또는 항만으로 수송이 가능해 물류비용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는 개성공단 제품이 북한 도라산 출입국과 자유로를 거쳐 서울외곽순환도로 등을 통해 2시간 이상 걸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에 도착하고 있다. 김현인 한국산업은행 동북아연구센터 연구원은 "인천-개성 연계발전전략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을 공단이 밀집한 인천지역으로 흡수하고 북한쪽에 국내 사양산업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철도연계사업도 개성공단과 인천경제특구 벨트를 잇는 핵심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양측은 이미 문산∼개성 간 경의선 연결공사를 마무리했으며,이달 말 남북 공동으로 열차 시험운행을 하기로 한 상태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경의선을 통한 철도수송이 본격화될 경우 우선 개성공단과 인천경제특구 벨트 내의 남북한 원자재 수급과 생산품 반입이 크게 늘어나며 장차 항공(인천)과 철도(개성)가 통합된 세계적 물류운송기지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등을 거쳐 유럽대륙으로 연결되는 유라시아 철도망이 구축돼 천문학적 경제효과도 예상된다는 것. 건교부 관계자는 "남북철도와 개성공단과의 연계문제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이 구체화될 경우 논의될 전망"이라며 "공단 내 보세구역(세관지역)을 만들어 통관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남은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물류 및 도로인프라 구축방안과 맞물려 인천시 경기도 등 관련 지자체들도 개성공단과 연계한 남북경협사업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인천시는 개성공단 인접지역에 50만평 규모의 인천전용공단을 만들어 남한의 노동집약산업을 유치하기로 했다. 또 개풍군에 500만평의 경제공동개발구역도 건설해 1000여개 첨단업종의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손학규 경기지사도 북한 접경지역인 파주와 개성을 연계하는 남북경제특구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파주로 내려와 일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미 현대아산은 800만평 규모의 개성공단을 개발 중이다. 올해 말 완료되는 1단계 100만평 규모에는 제조업체 공단과 물류 및 금융중심지,전자단지 등이 들어선다. 현재 주방기기 제조업체인 리빙아트가 첫 입주한데 이어 30개 기업이 입주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또 개성공단과 개성시 사이의 판문점 일대 1200만평에는 아파트단지와 상업,관광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천=김인완·이관우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