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깨진 유리창' 방치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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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
어떤 불량배가 유리창을 깨뜨렸다.
집주인이 이를 당장 수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불량배들에게 나머지 유리창을 다 깨뜨려도,나아가 집에 불을 싸질러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은 작은 범죄를 관용하면 큰 범죄가 만연한다는 범죄발생이론이다.
1970년대 이래 미국에는 진보적 판사들에 의한 관대한 판결이 유행했으며 대도시 범죄도 크게 증가했다.
1990년대 새로 뉴욕시장에 선출된 루돌프 줄리아니와 그의 경찰청장 윌리엄 브래튼이 절망적인 치안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착안한 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경찰력을 대폭 증강하고 과거에 눈감아주던 사소한 범죄를 모두 단속했다.
그 때문인지 뉴욕시의 범죄율은 다른 어떤 도시보다 획기적으로 감소했으며,브래튼 청장은 타임지(誌)의 표지에까지 등장하는 성가(聲價)를 누렸다.
강정구 교수가 3년 전 김일성 생가를 참배하며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을 이룩하자"는 글을 남겼을 때 검찰은 기소하는 둥 마는 둥 넘겨버렸다.
그 이래 참여정부는 간첩을 잡거나 체제부정자들을 응징한 바가 없다. 강 교수의 발언은 그 뒤 매번 수위가 높아져 이제는 해방 후 공산ㆍ사회주의를 선택했어야 했고 북 주도의 통일전쟁을 막은 미국은 전쟁광이며 민족의 원수임을 공공연히 주장하게 됐다. 강 교수가 이름을 날리자 동국대에는 '전선의 국군은 총알받이' '김일성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주장하는 교수들이 줄지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 좌익친북이 페스트처럼 창궐할 것은 말할 나위없다.
학생들은 제도교육을 통해,성인들은 영상문화수단을 통해 찬북반미사상을 매일 주입받고,더불어 좌익 증상의 내성(耐性)이 길러지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 국군을 5명이나 죽인 빨치산 간첩이 큰소리치며 남북을 드나들고,남파간첩을 애국열사라 찬양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 됐다.
과연 이대로 방치해도 우리 사회가 불타버리지 않을 것인가.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법과 국체수호 임무를 수행하라고 국민이 세금 바쳐 세운 것이다. 그런 정부가 작금 강 교수 수사에 대한 법무장관 개입사태에서 보듯이 친북좌익 행위를 제재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박수치는 태도다. 일부 집단이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자며 폭력시위를 하자 여당의 한 지도급 인사는 "이분들의 민족적 순수성에 대해 깊은 평가를 갖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국은 친북좌파를 두호(斗護)하는 구실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시대정신"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우리국민 다수가 동감하는 시대정신인가. 우선 강 교수의 시대정신은 어떤 것인가. 적화통일을 막은 미군이 전쟁광이며 민족의 원수라면 같은 전쟁에서 싸우다 산화(散華)한 우리의 모든 국군장병용사들이 다 통일을 막은 전쟁광이며 민족의 원수가 될 것이다.
또한 정권이 목적하는 민족동조의 미래는 어떤 것인가. 남한이 이렇게 스스로 북을 지향하여 변한다면 북한지도자들이 무엇 때문에 시장과 자유의 사회로의 변화를 서두를 것인가.북정권의 기반은 더 견고해지고 인민의 고난은 계속되고 남북의 차이는 더 고착될 것이다.
거대한 반미고립의 비용을 치르고 국제적 인권조류에 역행하는 것이 과연 이 시대의 가치인가.
집을 맡긴 관리인이 유리창을 같이 깬다면,거주민 스스로라도 갈아끼워야 할 것이다.
최근 상공회의소는 경제단체 중 처음으로 부회장이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시 대학수업 내용을 참고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발언했다.
경제단체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효과적 제안이지만 지금은 다시 주춤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단체가 자기가 사는 집의 유리창도 바꿀 용기가 없는 집단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