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문사립고 벤치마킹한 '용인 외대외고'‥영어는 기본…1인 1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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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2시.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한국외국어대부속외국어고(외대외고) 1학년 학생 30명이 교실에 모여 영어 작문수업을 받고 있다.
토요일 오후를 반납한 채 무엇을 배우느냐고 묻자 "해외 대학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듣고 있는 수업은 해외 대학 진학 프로그램인 'GAC (Global Assessment Certificate) 과정'.리포트 작성법,작문 기술,프레젠테이션 스킬 등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을 6개월간 배운다.
외대외고가 고교 1학년생에게 해외 대학 적응법을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학교 남봉철 교장은 "서울대에 몇 명을 보내느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학생들을 국내가 아닌 해외 대학으로 진학시키는 것이 학교 설립 목표인 만큼 희망자에 한해 해외 대학 적응 프로그램을 이수토록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국판 해외 명문사립고 모델
지난 3월 개교한 외대외고에 교육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입생 토플 평균성적이 CBT 264.7점(300점 만점)에 달할 만큼 높은 데다 형태는 외국어고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 교육과정은 해외 명문사립고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학원에 다닐 수 없다.
기상 시간은 오전 6시.영자신문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정규수업을 듣는다.
이후 오후 9시까지는 영자신문 분석 등 외국어 관련 강좌나 수학 과학 심화과정을 배울 수 있다.
주말에는 스포츠 수업,명사 초청 강연 등을 듣는다.
졸업 전에는 한 가지 악기와 스포츠도 배워야 한다.
음악의 경우 정규 음악 시간 외에 주말을 이용,자신이 선택한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강사를 섭외해 준다.
수영 검도 미식축구 등 여섯 가지 분야 가운데 한 가지를 3년간 배울 수 있다.
특히 영어과와 국제반 학생들은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듣는다.
모르는 것을 묻거나 잡담할 때도 한국말 사용은 엄격히 금지된다.
◆학기마다 교사 평가
교사 전원이 석사 학위 소지자이며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따 온 사람도 많다.
생물과 교사 중에는 하버드 대학 출신도 있다.
교사의 질이 뛰어난 만큼 급여도 높은 편이다.
이 학교 교사 임금은 일반 교사의 1.5배 수준.학생 340여명에 외국인 정교사만 9명에 이른다. 박하식 교감은 "교사 숫자를 일반 학교의 1.5배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고 학생들로 하여금 매 학기 교사 평가를 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평범한 학생도 인재로 만든다
외대외고는 평범한 학생도 제대로 교육시키면 '1만명을 먹여 살릴 1명의 인재'로 키울 수 있다고 자신한다.
외대외고는 외대가 부지를 대고 용인시가 500억원의 설립자금을 들여 만든 학교다.
용인시는 자금 지원 조건으로 30%가량의 학생을 지역에서 선발토록 하는 조건을 붙였다.
용인지역 학생들의 커트라인은 전국에서 시험을 본 학생들과 비교하면 다소 처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입학 7개월여가 지나면서 수준 차이가 거의 없어졌고 일부는 전국에서 선발된 학생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남봉철 교장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면서 상위 1%에 해당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방법이 지방에 '엘리트 교육시설'을 만드는 것"이라며 "외대외고나 민족사관고 같은 엘리트들을 위한 교육시설을 전국에 20개쯤 만들면 한국의 미래가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