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다음 달부터 서울지역 동시분양제를 13년 만에 폐지키로 함에 따라 아파트 청약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소비자로서는 입맛에 맞는 아파트를 고를 수 있고 주택건설업체들은 시장여건에 맞춰 분양시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인기 주거단지에 대한 쏠림현상이 강해져 자칫 청약과열이나 업체별 부익부·빈익빈 등 부작용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왜 폐지하나 정부가 이번에 폐지키로 한 동시분양제는 지난 1992년 과열된 아파트 청약경쟁률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다. 물론 분양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등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었다. 20가구가 넘는 민간 아파트를 분양할 때 해당 지역의 업체별 분양계획을 동시에 공고하도록 하면서 '동시분양'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청약경쟁률 하락 등 분양시장 여건이 바뀌면서 이 제도가 오히려 분양시기 결정 등 주택건설업체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좁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3월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동시분양제를 폐지한다는 원칙을 정한 뒤 시행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여기에 택지난과 재건축 규제 등으로 서울지역 내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동시분양제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점도 한몫 했다. 실제로 다음 달 초 청약을 받는 10차 동시분양의 경우 1곳만이 분양할 예정이어서 동시분양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건교부 관계자는 "당초 5~6월에 동시분양제를 폐지할 방침이었으나 서울 강남권 등의 집값 불안이 계속되면서 시기를 미뤄왔다"며 "8·31대책 발표 이후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안정된 만큼 다음 달 폐지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없나 동시분양제가 폐지될 경우 주택업체의 자율성이나 소비자들의 선택 폭은 훨씬 넓어진다. 하지만 자칫 청약과열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서울 강남권 등의 이른바 '대어(大魚)급' 단지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수백~수천 대 1로 치솟을 수도 있다. 이런 단지들이 개별 분양을 통해 따로따로 공급될 경우 청약과열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입지나 브랜드별 '청약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판교신도시 등 청약과열이 우려되는 공공택지 내 아파트의 경우 필요에 따라 동시분양 방식을 계속 적용할 방침"이라며 "동시분양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