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경제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은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상과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사장이다. 다케나카 경제재정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오른팔로 구조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미키타니 사장은 일본 인터넷 비즈니스업계 선구자로 잇따른 M&A(인수합병)로 재계 판도를 바꿨다.


이들 두 사람은 히토츠바시대학 동문이다.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10월15일자)는 '사회에서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대학'으로 도쿄대를 제쳐 놓고 히토츠바시를 톱으로 선정했다.


1999년 도쿄로 유학을 왔던 김신완씨(33·현 다이와증권 SMBC 국제금융부과장)가 히토츠바시대학을 선택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부성 장학생으로 선발돼 1년간 연구생으로 지내면서 히토츠바시의 명성을 듣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대학의 MBA를 선택했습니다."일본의 우수대학 졸업생들도 선망하는 다이와증권 취업에 성공한 것도 동문의 도움이 컸다고 김 과장은 털어놓았다. 다이와증권 SMBC는 주식상장 채권발행 등에서 국내 1위며,한국 비즈니스에선 일본 금융회사 중 최강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현재 김 과장은 사무라이채권 인수 업무를 맡고 있다.


김 과장이 일본 회사에 관심을 가진 것은 97년 하반기에 터진 외환위기가 계기가 됐다. 대학생이던 그는 선배들이 겪은 취업난을 보고 장래를 고민했다.


그가 졸업한 99년은 취업난이 심했지만 하나로통신 공채 1기로 사회에 진출했다. 그러나 회사 생활 6개월 만에 사표를 던졌다. '당장 어렵더라도 실력을 더 키우고 외환위기를 불러온 국제 금융시장을 깊이 체험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는 유학 대상지로 주저없이 일본을 택했다. 초등학교 시절 교사인 부친을 따라 일본에서 2년간 지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부터 일본어를 꾸준히 공부했던 터여서 졸업을 앞두고 응시했던 일본 문부성 장학생 시험에 거뜬히 합격,99년 4월 일본에 건너왔다.


그는 첫 1년간을 정말 코피 터지게 공부했다. 학위와 함께 영어도 능통해지겠다는 욕심을 부렸지만 수업을 소화해내기가 너무 힘들어 고3 수험생처럼 책을 파야 했다. 2년차 인턴십은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금융회사에 지원해 실무 경력을 쌓았다. 그는 2002년 10월 대망의 '현지 금융회사(다이와증권) 입사'에 성공했다.


입사 이후 업무에 적응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2000명의 다이와증권 본사 직원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그는 남들이 쉬는 주말에도 혼자 사무실에서 실무를 익혔고 일본인 동료들과 친숙해지기 위해 스포츠 동호회에 가입하는 등 실로 밤낮으로 뛰었다.


일본 기업에서 한국인으로서 일하는 데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물었다.


"차별도 없지만 배려도 없어요."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일본시장에서 '한국물' 위상이 높아져서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 가는 한국 고객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실력을 확실하게 인정받아 해외 지점장으로 나가는 게 꿈이라는 김 과장은 "서울보다는 뉴욕이나 런던 같은 보다 큰물에서 놀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