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자](특별좌담회) "공무원 전문성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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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10년 후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휴대폰 등 현재의 주력산업이 한계에 달하게 될 때까지 이들 산업의 바통을 이어받을 산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산업을 제조업을 이을 신성장산업으로 지목한다.
그 중에서도 관광산업이 현실적으로 가장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현재 세계 최대의 해외 관광 소비국인 일본과 조만간 일본을 제치고 세계 관광시장의 큰 손님으로 부상할 중국을 지척에 둔 한국으로선 관광입국이야말로 제조업수출입국을 계승할 분야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한류열풍이 일본에서 중국 동남아로 번지는 것을 계기로 관광시장 현장의 전문가들을 초청,관광입국의 현안과 비전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 참석자 (가나다순) >
고성호 롯데쇼핑 이사
김재원 롯데관광 대표
김희종 동서여행사 상무
부성 세방여행 전무
소병기 인터컨티넨탈 호텔 상무
이동욱 리앤코시스템 사장
사회 : 이동우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사회자=한국은 제조업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달하면서 관광 등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현황을 알아보자. 최근 '한류열풍'으로 일본관광객이 늘어나는데 구체적인 진단을 해보자.
▷김재원 롯데관광 대표=일본에 한류가 불어닥친 것은 '겨울연가' 방영 이후이지만 근본적인 계기는 아무래도 2002 한·일 월드컵으로 봐야 할 것이다.
▷부성 세방여행 전무=관광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일 간 외교정세가 안정돼야 한다.
▷김희종 동서여행사 상무=최근 일본 기자가 한국관광을 하고 나서 한 마디 하더라. 일본에서는 이제 배용준을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한국 사람들은 일본 가수나 배우 이름을 하나도 대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한류가 너무 일방적이다 보니 일본 남성들을 중심으로 한류에 대한 반감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사회자=한국이,특히 서울이 추가할 수 있는 매력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를테면 청계천 복원은 어떤 반응인가.
▷고성호 롯데쇼핑 이사=외국인들이 단순히 청계천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지는 않겠지만,강북의 역사적 유적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허브 관광코스가 될 것이다.
▷김 상무=외국인들에게 뭔가 체험할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잼투어'라는 업체가 추진 중인 배용준 전시장 건립이 좋은 사례다.
▷이동욱 리앤코시스템 부사장=현재 외국인 관광객들의 코스가 강북에만 한정돼 있는 것도 문제다. 쇼핑 외식 패션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강남이 만들어내고 있는 생동감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청담동 일대 레스토랑이 모임을 꾸리고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가이드북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병기 인터컨티넨탈호텔 상무=일본은 아키하바라를 통해 전자산업 자체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IT 선진국이다. 용산전자상가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SK텔레콤의 중앙통제센터 같은 곳들이 관광상품이 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
▶사회자=관광입국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현지와는 동떨어진 별천지에 외국인을 위한 리조트를 만들어 놓고 저렴한 각종 서비스로 돈을 버는 '동남아,아프리카형 관광'과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를 파는 '유럽형 관광'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는 관광자원 여건으로 보나 국민소득 수준으로 보나 동남아형은 안 되고 유럽형으로 가야겠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부 전무=맞다. 하지만 인바운드 업체들이 서로 치열하게 저가경쟁만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형 관광산업의 육성은 요원하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송출하는 여행사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다들 '싸게'만 이야기한다. 여기에 맞춰주다 보니 국내 인바운드 업체끼리 과당경쟁이 붙는다. 고급상품을 고민할 여유가 없다.
▷김 대표=국내 여행업체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 것을 이번 기회에 제안한다. 힘을 합칠 수만 있다면 일본 등 외국에서 고급 한국관광 상품을 공동으로 론칭하고 국내에 들어오는 관광객을 나눠 맡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 부사장=외국인들의 한국 관광 형태를 '구미형'으로 바꾸려면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이 2차 3차 방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용준 동상'과는 사진 한번 찍으면 끝이지만 이들의 입맛을 잡으면 지속적인 방문을 이끌게 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면 친구와 함께 다음에 또 한번 오고 싶게 될 것이다.
▷고 이사=마찬가지로 쇼핑 천국으로 만드는 것도 재방문을 촉진시키는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루이비통 핸드백을 싸게 구입했으면 다음 시즌에도 신상품을 사러 한국에 오게 될 것이다.
▶사회자=인바운드 관광(외국인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없나.
▷김 대표=관계공무원을 전문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광청을 별도로 만들면 어떨까 한다.
▷김 상무=숙련된 가이드가 정말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가이드 교육에 관한 예산이 줄어 의무교육이 폐지됐다. 부활시켜 주면 좋겠다.
▷소 상무=여행,숙박 등 관광관련 업계에서 어학 실력이 뛰어난 외국인을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좀 풀어줬으면 한다. 단순한 통역이나 안내를 하는 인력도 비싼 내국인을 고용해야 하니 관광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
▷이 부사장=레스토랑 등이 외국인 손님을 끌기 위해 메뉴판이나 안내문에 다국어 표기를 하려고 하는 경우 번역비나 제작비 지원을 해주는 제도를 만들면 좋겠다.
정리=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