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각각 25년과 1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유럽 소비자물가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한 금리인상 압박이 더욱 커지면서 고금리 추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이 조만간 종결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 고조 18일 발표된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는 전달보다 1.9% 뛰었다. 지난 90년 1월(1.9%)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도 1.2% 상승해 80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9월 초 미국 멕시코만을 강타했던 허리케인과 그에 따른 유가상승이 물가 급등세를 초래한 주 요인이다. 특히 월가에서는 도매물가 상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음식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도매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0.3%에 달해 월가의 예상치(0.2%)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9월 생산자물가를 뜯어보면 원부자재 및 중간재·설비재의 가격이 과거 석유파동 때를 능가할 정도로 올라 기업들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도매물가 상승은 일정 시점이 지난 뒤 소매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도 사정이 비슷하다. 유로권 12개국의 9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9월보다 2.6%나 상승했다. 이는 2002년 1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 상승폭이다. 특히 영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에 달해 97년 통계치를 작성한 이후 월간 기록으론 최고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론 대두 이처럼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나자 미국에서는 금리를 예정했던 것보다 더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공격적 금리인상론'이 부상하고 있다. 당초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11월1일과 12월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현재 연 3.75%인 연방기금 목표금리가 연말에는 연 4.25%로 오를 것이나 내년에는 FRB가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현실화하면서 공격적 금리인상론이 불거져 금리인상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목표 금리가 연 5% 수준까지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중립적 금리수준(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경기부양적인 금리수준)'을 연 3.5~5.5%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연방기금 금리(연 3.75%)는 이 같은 금리 수준의 하단부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강조,금리 인상폭이 당초보다 더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저금리시대 끝날까 최근 많은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잇따라 올리는 추세다. 대만과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각각 0.125%포인트와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달 들어선 인도네시아가 지난 4일 2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올렸고 한국은행도 지난 11일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날 기존 연 2.75%였던 기준금리를 연 3.0%로 인상했다.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던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금리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동안 세계 경제 회복을 뒷받침했던 저금리 기조가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종언을 고할지 주목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