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19일 한국경제신문 창간 41주년 특별기획 'STRONG KOREA'를 읽고 청소년들에게 미래 우리나라 과학기술 주역이 되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왔다.
황 교수는 이 편지에서 "현재 우수한 청소년들이 지원하기를 기피하는 이공계 대학은 장래를 내다보면 개척할 분야가 엄청나게 많은 블루오션"이라며 "꿈과 함께 자신감을 갖고 이곳으로 도전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그는 "우리 연구팀이 거둔 성과는 연극으로 보면 제1막에 불과하고 제2막은 우수한 청소년 여러분이 이뤄야 할 몫"이라며 "세계 과학계에서 빛나는 주연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편지 전문을 소개한다.
▶지난 5월에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저는 "우리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달력에 맞춰 연구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우리가 힘들게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세계 각국의 연구팀과 치열한 경쟁에서 단한발짝 앞서 나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지를 이야기하고자 한 것입니다.
사실 우리보다 훨씬 많은 예산과 인력을 갖고 있는 외국 연구팀을 이기기 위해서는 밤을 잊고 연구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이런 노력은 중요합니다.
노력없이는 성과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노력에 앞서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반드시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도전 정신'입니다.아득히 먼 정상이지만 기필코 그 위에 서겠다는 각오가 없었다면 휴일까지 반납한 우리 연구팀의 노력과 성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동안 연구를 해오면서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우리의 연구 성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는 있을까,이런 생각에 빠지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과학기술 연구란 게 오랜 시간에 걸쳐 노력해야 하고 또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때로 높은 벽에 막혀 좌절하기도 하고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한계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어려움은 비단 과학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때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높은 벽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 정신입니다.
설령 누군가로부터 '너는 그 벽을 넘을 수 없어'라는 말을 들어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 힘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불가능은 없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이를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 연구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 팀은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성과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것처럼 우리 논문이 세계적인 과학잡지에 실리는 그 한 순간을 위해 우리 연구진은 길고 긴 시간 동안 힘들고 때로는 고독하기까지 한 실험실을 묵묵히 지켜야 했습니다.
처음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성공 자체를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과학계에서는 영장류의 배아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었던 까닭입니다.
주변에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말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류 난치병 치료에 전기를 가져올지도 모를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해서는 반드시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최종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막상 연구를 시작했지만 모든 게 순탄치 않았습니다.
기술적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고 주변 여건도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연구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과할 수 있게 우리를 지탱해준 것은 포기하지 않는 도전의식입니다.
또 하나는 팀원들 각각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똘똘 뭉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팀워크입니다.
흔히 '황우석 연구팀'으로 불리는 우리 연구진의 주역은 어느 한 개인이 아니라 각각의 팀원들 전부입니다.
쉼없는 도전의 결과로 우리 연구팀은 지난해 사이언스지에,올해 네이처지에 각각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에게는 과분한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해외 전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들을 때는 우리나라 생명공학 기술을 세계에 알렸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움도 느낍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우리 연구팀에 하나의 쉼표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마침표는 아직도 멀고 먼 곳에 있습니다.
그곳에 이르는 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의 쉼표를 찍으면 다시 새로운 쉼표를 향해 도전할 뿐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결코 연구 자체를 포기한 적은 없습니다.
배아줄기세포가 훗날 수많은 사람들을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여러분들도 항상 이런 신념을 갖고 생활하기 바랍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설령 그것이 아주 힘든 일일지라도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그런 신념 말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넓게 보고 큰 목표를 세우기 바랍니다.
세계 일류가 되는 일은 우리에게 절대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저는 분명 복제 배아줄기세포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습니다.
한국의 과학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최근 우수한 청소년들이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꺼린다는 말을 들으면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공계는 긴 장래를 내다보면 엄청나게 개척할 곳이 많은 분야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블루오션'인 셈입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부터 과학 연구의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돼 한 번도 과학자로서의 꿈을 잊지 않았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저는 과학자가 될 생각입니다.
그만큼 과학은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여러분들도 자신감을 갖고 이 분야에 도전하기를 권합니다.
진정으로 우리나라를 과학기술 강국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청소년 여러분의 몫입니다.
제가 연극의 1막에 관여했다면 2막의 주연은 젊은 과학도들일 것입니다.
자라나는 청소년 여러분 가운데서 세계 과학계의 빛나는 주연이 수없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