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경영은 기업을 움직이는 양쪽 수레바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기업은 기술바퀴와 경영바퀴의 크기가 같아야 잘 달릴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몇년간 '벤처'가 강조되면서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이 이 양쪽 수레바퀴 중 기술바퀴만을 키우는 데 전념해 왔다.


첨단기술만 개발하면 경영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으로 판단해 왔다.


하지만 한쪽 바퀴만 커진 수레는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아무리 달려봤자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첨단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경영능력이 모자라 쳇바퀴를 맴도는 기업들이 많다.


첨단기술만을 자랑하다 도산하는 기업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이는 정부의 정책에도 잘못이 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자금부터가 대부분 기술과 관련된 자금이다.


지난 2003년까지만 해도 정부의 중소기업구조개선자금 가운데 경영안정자금이 조금 책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것마저 올해부터 아예 없애버렸다.


이로 인해 첨단기술을 개발하고도 일시적인 자금난에 못견뎌 문을 닫은 업체가 수두룩하다.


혁신(innovation)을 지원하는 법률도 마찬가지다.


한국에는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법은 있지만 경영혁신촉진법은 없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기본법 제12조에 경영혁신촉진 조항을 넣고 경영혁신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이 같은 정책 방향에서 새로 태어난 것이 경영혁신지원법이다


이제 한국도 기술혁신과 함께 경영혁신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실제 한국 중소기업들의 경영지표를 보면 수익성이 나쁘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수조원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적자에 허덕인다.


이런 현상을 놓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이익을 착취했기 때문이라고 쉽게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내용을 파고들면 전체 중소기업의 매출 가운데 대기업에 납품하는 비중은 30%대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중소기업이 적자에 허덕이는 까닭은 기술에만 치중하다가 운영비를 감당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장경영에 치중하는 바람에 이익을 올리는 데에는 소홀히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기업경영지표 분석에 따르면 현재 한국 전체 중소기업의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은 4.56%다.


이에 비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8.16%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영업이익률이 훨씬 낮다.


따라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할 것은 이익률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적자를 계속 내면서 매출규모만 키우는 기업은 도태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기업의 사장이라면 지금 당장 우리 회사가 얼마나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계산해보자.


기술개발에 온 힘을 쏟은 나머지 영업이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지 않았는지 점검해보자.


이 계산을 통해 기술쪽 바퀴만 커지고 이익쪽 바퀴는 작아졌다면 수레가 앞으로 굴러가긴 틀렸다는 결론을 빨리 내려야 한다.


이익쪽 바퀴가 너무 작으면 회사가 제 자리를 맴돌다 지쳐 수레가 부서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간파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한국경제신문은 이미 기술바퀴와 경영바퀴를 잘 갖춘 선도기업을 선정해 다른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은 성장 제일주의에서 탈피해 수익경영으로 전환한 디피아이가 경영혁신 선도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유비쿼터스자료관 시스템으로 활발한 마케팅활동을 벌이고 있는 비주얼인포시스도 경영혁신기업으로 뽑혔다.


또 △웅진코웨이 △구정마루 △월드비텍 △템피아 △대방포스텍 등이 경영혁신 선도기업으로,상업용조리기계조합은 조합원사들의 경영혁신을 적극 지원하는 조합으로 선정됐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