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오브 조로'(1998년)의 속편 '레전드 오브 조로'(감독 마틴 캠벨)는 액션영화 '배트맨'시리즈의 19세기변형판이다.


조로와 배트맨은 모두 불행한 개인사를 지닌 부호이자 악당을 퇴치하는 영웅들이다.


그들은 늘 검은 복면과 망토로 정체를 숨긴 채 애마와 배트카를 타고 출몰한다.


다만 '레전드 오브 조로'는 '마스크 오브 조로'나 '배트맨' 시리즈에 비해 멜로적 요소가 강하다.


조로(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아내 엘레나(캐서린 제타 존스)는 뛰어난 칼솜씨를 지니고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요원이지만 가정의 행복을 앞세우기 때문에 애국심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조로와 심각한 갈등을 겪는다.


이 같은 구성은 관객들이 미국의 정체성을 생각해보도록 이끈다.


미국인들에게 애국심은 가족애보다 상위 개념이기 때문이다.


시대배경을 미국 연방정부가 캘리포니아를 31번째주로 편입할 무렵으로 설정한 것도 재미있다.


영화에서 지주세력과 연대한 유럽 귀족들은 악당으로 등장한다.


스페인계 조로의 활약은 미국의 성립에 영국계와 함께 히스패닉계가 중추역할을 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미국이 텍사스주를 빼앗기 위해 수많은 멕시코인들을 살상한 비극적 역사를 외면하고 있다.


조로의 후견인인 가톨릭 신부는 미국의 종교적 특성을 드러내는 캐릭터다.


미국은 단순한 개신교국가가 아니라 분파와 종파를 초월한 범기독교국가임을 암시한다.


영화 속 신부는 2차세계대전 이후 '워트프론트' 등 많은 할리우드영화에 등장했던 신부들의 후예다.


그들은 용감하고 씩씩하며 위기상황에 뛰어난 대처능력을 발휘한다.


도입부 건설현장 액션신은 정교하고도 박진감이 넘친다.


그러나 총과 칼을 사용하는 액션에는 리얼리티가 부족하다.


칼을 쓰는 조로가 총알보다 빠르다.


'꼬마영웅'격인 조로의 아들도 너무 과장되게 그려졌다.


그가 악당들의 마차에 슬쩍 올라타거나 간수를 골탕먹이는 장면들은 다른 액션의 사실성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27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