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매출 상위 100대 기업에 속했던 기업들 중 현재까지 100위권 안에 남아 있는 기업은 7개에 불과하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5월 발표한 '한국기업 성장 50년의 재조명'이란 보고서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한국의 현대 경제사가 역동적이었던 만큼 기업의 부침도 심했던 것이다.


이들 7개 회사 가운데 금융회사는 한 곳밖에 없다.


바로 지난 17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해상이다.


물론 현대해상도 그동안 여러 차례 소유권 변동을 겪으며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진취적인 사풍을 잃지 않고 새로운 기업문화를 꽃피우며 질긴 생명력을 키워온 것이다.


그래서 50주년은 현대해상에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현대해상은 "고객의 신뢰 속에 성장해온 50년을 새로운 100년으로 이어가고 고객이 찾는 브랜드 1위 회사,고객과 직원 만족도 1위 회사가 되겠다"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도전과 개척의 50년


1955년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보험 전업회사(동방해상)로 설립된 현대해상은 해상보험의 불모지였던 한국에 국내 기업에 의한 해상보험 시대를 열고 해외 재보험 시장을 개척해왔다.


60년대에는 경제개발·베트남전 특수 관련 특종보험 개발로 업계를 선도했고 70년대에는 장기보험을 개발해 손해보험의 대중화를 앞당겼다.


또 개인보험인 장기보험을 도입해 오늘날 손해보험의 주요한 영역으로 자리잡게 했다.


애초 재계 명망가들에 의해 단일 종목을 취급하는 작은 보험회사로 설립된 현대해상은 보험업계 명망가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한국재보공사를 흡수·합병(62년)하면서 종합보험회사로 거듭났으며 서울통상그룹(70년)과 라이프그룹(80년) 인수와 경영참여가 이뤄지면서 규모를 확대하고 그룹경영 체제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83년 10월 현대그룹의 일원으로 편입되고 자동차보험에 진출하면서 현대해상은 명실상부하게 최고의 공신력과 담보력을 갖춘 우량 보험회사로 발돋움했다.


이후 85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현대해상으로 회사이름을 바꿨으며 89년엔 기업공개를 단행했다.


그 해 감독당국의 손보사 종합경영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을 계기로 현대해상은 늘 업계 선두권에 이름을 올려왔다.


96년엔 보험업계 최초로 고객만족경영을 도입하고 보상서비스의 ISO 인증을 획득하는 등 보험서비스 선진화를 선도하기도 했다.


99년 계열분리를 통해 독립적인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했다.


◆"공격앞으로,글로벌 종합보험금융그룹 되겠다"


현대해상은 2004 회계연도에 3조1671억원의 원수보험료를 거둬 14.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10개 종합 손보사 가운데 삼성화재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것이긴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그냥 '평범한 성적표' 정도로 본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그룹 이미지,현대그룹 계열사와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현대해상이 처한 경영여건은 다른 손보사에 비해 한결 유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1년부터 4년 동안은 시장점유율이 계속 내리막길을 타 왔다.


그런 현대해상이 최근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작년 12월 하종선 사장이 취임한 이후 회사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졌다.


말 그대로 '공격앞으로' 형태로 변신했다.


하 사장은 "올해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자"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올 회계연도 들어선 시장점유율이 무려 0.6%포인트나 높아졌다.


하지만 내실없는 외형 부풀리기는 아니라고 하 사장은 말한다.


점포영업 경쟁력을 높이고 영업설계사를 고객자산관리전문가로 키우며 고객서비스를 향상하는 것을 통해 성장하자는 것이다.


2010년까지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변신노력은 단순히 시장점유율 확대 차원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해상은 이르면 연말까지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현지법인 설립인가를 받아 내년 말부터 중국 보험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진출해 있는 미국 인도 슬로베니아 등의 자동차보험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판매채널 다변화 차원에서 내년 4월을 목표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대해상 투자자문을 자산운용사로 육성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은행 채널을 통한 방카슈랑스 영업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고객만족도만큼은 올해 1위 회사 되겠다"


하 사장은 지난 8월 중순 여름휴가도 내던지고 고객들을 찾아 전국 버스투어에 들어갔다.


무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4일 동안 사고처리 담당 직원의 복장을 하고 대전 대구 부산 마산 광주 등을 돌며 고객들을 만났다.


"고객으로부터 외면받는 보험사는 존재가치가 없다"며 강행군을 했다.


투어 기간 중 타이어가 펑크 나거나 운행 중 기름이 떨어진 고객의 신고를 받으면 직접 레커차로 출동하고 피서객을 대상으로 차량점검 및 이동보상 서비스도 제공했다.


또 이달 4일엔 고객만족경영 강화를 내세우며 이영문 전무(52)를 고객만족전담임원(CCO)으로 발령냈다.


보험사가 CCO를 둔 것은 드문 일이다.


현대해상은 그동안 CS(고객만족)추진부,CRM(고객관계관리)추진부,고객콜센터와 같은 서비스 관련 부서를 사장 직속기구로 뒀다.


고객만족 분야에선 누구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왔다.


이에 따라 최근 잇따라 실시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일본능률협회컨설팅의 글로벌고객만족도에서 '하이카'가 자동차보험 상품·서비스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 9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한국산업고객만족도(KCSI) 조사에선 작년에 비해 무려 8.3점 개선되며 1위와 0.2점 차이로 2위(58.7점)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안엔 고객만족 부문에서 반드시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게 현대해상의 목표다.


치열한 영업경쟁 속에서 고객만족도 우위를 확보하지 않고선 미래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