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萬洙 < 칼럼니스트·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 경제에 대한 새로운 충격과 이에 대응한 정책반응의 시차문제로 경제정책 당국자는 언제나 공격 당하고 있다. 경제현상의 진단과 대응정책의 시차가 길수록 문제를 악화시키고 경기순환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최근의 금리정책을 보면 시차뿐만 아니라 진단과 대응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재경부와 한은이 오래도록 논쟁하다 기준금리인 콜금리가 3.5%로 0.25% 인상됐다. 3년5개월 만의 인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그동안의 금리인상에 대한 논의과정을 보면 시차도 문제지만 경제현상에 대한 진단과 대응책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경기에 대해 정부는 희망적인 낙관론을 펴면서도 경기회복을 위해 저금리를 주장한 반면 한국은행은 불투명한 비관론을 펴면서도 물가상승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주장해 왔다. 경기상황에 대한 혼란스러운 견해에다가 진단과 상반된 정책의 주장은 더 혼란스럽다. 이러한 혼란은 현재의 세계경제가 과거와 다른 새로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한다. 중국의 값싼 상품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인플레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고 흥청망청 차입을 불러와 세계적인 자산가격 거품을 불러왔다.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중국의 저가상품에 의한 물가하락 압력 속에 성장이 이루어지는 '좋은 디플레'(good deflation) 현상으로 가고 있다. 미국에서 구두와 의류의 평균가격은 지난 10년간 10%, 실질 가격으로 35%나 하락시킨 반면 주택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중국 인도 구소련의 세계경제진입으로 세계 노동력은 2배로 증가되고 자본의 노동에 대한 비율은 반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 세계적인 자본수익의 증가를 초래해 실질균형이자율수준(equilibrium level of interest rate)의 상승을 초래했다. 기업의 경상이익도 저금리와 생산성 증가를 밑도는 임금상승에 의해 급격히 증가했다. 균형이자율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의 저금리 유지는 주택담보대출과 주택투자의 과잉에 의한 세계적인 자산가격 거품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실질 단기금리 0.7%는 1960년대 경기회복기의 평균보다 거의 2%포인트 낮은 결과를 초래했다. 금리가 2%포인트 전후 상승해도 문제가 없다는 반증이다. 최근의 우리 경제현상도 이러한 분석은 상당한 시사점을 보인다. 400조원의 단기부동자금과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3%대의 낮은 물가상승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상품의 인플레 상쇄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근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부동산투기열풍도 세계적인 자산가격 거품현상과 유사하다. 금리를 균형이자율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부동산투기를 위한 자금수요를 억제함과 동시에 예금자의 소득을 올리고 소비를 증가시켜 경기를 부추기는 선순환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대기업들이 최고의 경상이익과 70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보유하고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데서 투자부진은 금리가 아니라 정부의 출자규제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소비가 부진한 것은 저금리에 의한 흥청망청 차입으로 발생한 400만명에 가까운 저소득 신용불량자와 함께 고소득층과 자산소득층의 저금리에 의한 마이너스 자산효과가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경제는 문민정부 5년간 6%대의 성장에서,국민의 정부 5년간 4%대로,그리고 참여정부 2년간 3%대로 추락하고 있는데 금리정책은 악순환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리를 새로운 균형점으로 인상해 자산거품의 억제와 함께 경기를 선순환시키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늦은 시도는 잘못된 시도보다 더 나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