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벌은 한국 경제 성장과정에서 이뤄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재벌 옹호론'을 펼쳤다. 김 장관은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초청포럼에서 "재벌은 자본주의 후발국인 한국이 거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재벌은 단순히 재벌가의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인 만큼 재벌의 막연한 부정과 해체는 한국 경제발전사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며 이제 막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재벌을 해체하고 한국이 국제경쟁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문제와 관련,김 장관은 "삼성이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삼성이 법을 안 지키는 편법적인 모습에 대해 삼성이 국민을 깔보는 게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 만큼 이건희 회장과 삼성 경영진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장관의 이날 강연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와 정승일 국민대 경제학부 겸임교수가 한국 경제 주요사안을 놓고 나눈 대화를 묶은 경제서적 '쾌도난마 한국경제(부키 출판)'와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쾌도난마…'는 '모든 것을 시장에서 해결한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의 한계를 비판하는 한편 재벌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을 지양하고 외국 자본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김 장관은 평소 재벌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알리기 위해 지난 추석 출입기자단에 이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