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동영상까지 서비스되는 '3세대' 휴대폰시장을 외국업체에 내주지 않으려고 총력을 쏟고 있다. 미국 및 한국이 주도하는 CDMA 2000과 유럽식 WCDMA 등에 맞서 제3의 표준으로 독자방식인 TD-SCDMA 서비스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함께 이 표준에 맞춘 휴대폰 단말기와 시스템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세대 이동전화서비스 개시 시기를 계속 늦추고 있다. 이는 자국의 TD-SCDMA 상용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간 외국업체에 세계 최대 규모인 자국의 휴대폰 시장을 내줄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지난 18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2005년 중국 국제통신설비기술박람회'는 중국의 3세대 이동전화 서비스가 임박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샤신 롄샹 화웨이 중싱 다탕 등 중국 토종업체들이 3세대 휴대폰과 TD-SCDMA 상용화를 위한 시스템을 대거 출품한 것. ◆중국업체들의 자신감 중국 토종 휴대폰 업체 3위인 샤신은 이번 전시회에 12개의 3세대 휴대폰 모델을 내놓았다. 3개 국제표준을 모두 채용한 제품이다. 이 회사의 순차오씨는 "지난 6월 이탈리아 영국 등에 이미 수출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휴대폰 사업 라이선스를 받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도 3세대 휴대폰을 전시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 역시 "이미 홍콩 네덜란드 스페인 싱가포르에 수출을 시작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세계 3위 PC업체인 롄샹도 TD-SCDMA 등 2개의 국제표준을 적용한 3세대 휴대폰을 내놓았다. 황쯔카이 경리는 "휴대폰 개발을 위한 연구소만 베이징 상하이 샤먼 등 3곳에서 가동 중"이라며 "처음에는 100% OEM으로 공급했지만 지금은 독자개발 제품 비중이 90%에 이른다"고 말했다. ◆평가는 엇갈려 외국기업의 평가는 엇갈린다. 중국시장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참가한 한국의 휴대폰업체 벨웨이브의 박광수씨는 "중국 기업이 2000년대 초만 해도 한국업체의 기술을 그대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오류가 많이 발생하는 걸 빼면 품질이 국제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엔 디자인으로 토종제품과 차별화했지만 이제는 신제품을 내놓으면 한두 달 만에 쫓아온다"며 "기술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으로 차별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G전자 부스에서 만난 정창진 상품기획과장은 "토종업체들이 기술력의 한계로 점유율 하락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 업체 전시 제품의 절반은 디자인이 외국산을 모방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롄샹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