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황당하기 짝이 없는 북한의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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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아시아ㆍ태평양 평화위원회가 대변인을 통해 김윤규 전 부회장 퇴출사태를 원점을 되돌리지 않으면 현대와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금강산관광 전면중단까지 염두(念頭)에 둔 협박에 다름아니다. 북한당국의 이런 일방적인 태도가 앞으로 남북경협 전반에 걸쳐 심대한 위협이 되지 않을지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북한당국이 기업의 인사 문제를 트집잡아 사업을 이렇게 불투명(不透明)하게 만든다면 앞으로 누가 북한과 사업을 벌이려 하겠는가. 북측은 개성관광과 관련해서도 "부득불 다른 대상과 관광 협의를 추진해 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남쪽 파트너가 마음대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8월 현대측이 북한과 합의한 7대 협력사업 합의서에 대해서도 북한당국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더욱이 합의의 주체가 다 없어진 조건에서 구태여 구속돼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자신들이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합의서라면 그 합의서의 의미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더구나 합의 주체가 없어졌다고 하는데 이는 사람이 바뀌면 언제든 합의서는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한마디로 북한당국의 합의서에 대한 이런 인식은 사업의 파트너로서 기본적인 양식조차 의심하게 한다.
서로간에 오해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가야 마땅하지 미국과 한나라당의 검은 손이 깊숙이 뻗치고 있다는 등 근거없는 소문을 들이대며 상대 탓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는 사업을 하자는 게 아니라 훼방(毁謗)이고 트집에 가까운 행동이다.
남북경협이 제대로 되려면 북한당국은 우리 기업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거나 길들일 수 있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정부도 민간기업의 문제라고 뒷짐지고 있을 일은 절대 아니다. 주무당국인 통일부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남북경협에 나서는 기업들을 대변해 주고 보호해 주어야 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인 임무다. 통일부가 북쪽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와서야 기업들이 누굴 믿고 남북경협에 나서려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