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20일 북한이 아·태평화위 대변인 담화를 통해 공식적으로 현대와의 대북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최근 "북측과 오해를 풀어가고 있다"고 밝히고 22∼25일에는 평양에서 북측과 협의를 갖기로 하는 등 관계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충격은 더욱 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문제를 잘 풀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발표가 나와 상당히 당혹스럽다"며 "북측의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현대측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나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현대 관계자는 "김윤규 전 부회장을 원직 복귀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북측이 요구한다고 해서 측근 그룹을 청산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북한측이 담화문 말미에 "현대에도 앞날은 있고 길은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실낱 같은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현대그룹은 "대북 사업은 현대가 반드시 끌고 나가야 할 사업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날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채 서울 모처에서 북측의 담화에 대한 보고를 받고 상당히 곤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