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장관의 사라진 '재벌옹호論'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벌은 한국 경제 성장과정에서 이뤄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재벌 옹호론'을 펼쳤다.
김 장관은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초청포럼에서 사전 배포한 원고를 통해 "재벌은 자본주의 후발국인 한국이 거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재벌은 단순히 재벌가의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인 만큼 재벌의 막연한 부정과 해체는 한국 경제발전사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강연에서는 원고에 있던 이 같은 재벌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아 구구한 억측을 낳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강연 시간 문제로 이번에는 재벌 관련 발언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보좌관의 조언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말했지만,일각에서는 '재벌 옹호론'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편 강연 원고에 담긴 김 장관의 재벌관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와 정승일 국민대 경제학부 겸임교수가 한국 경제 주요사안을 놓고 나눈 대화를 묶은 경제서적 '쾌도난마 한국경제(부키 출판)'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쾌도난마…'는 '모든 것을 시장에서 해결한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의 한계를 비판하는 한편 재벌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을 지양하고 외국 자본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김 장관은 평소 재벌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알리기 위해 지난 추석 복지부 출입기자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