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68)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특별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첫 검찰측 증인으로 채택된 인물이 암에 걸린 중환자인데다 변호인이 납치되고 이라크 국내외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등 재판이 꼬여 가는 양상이다. 사건 담당 재판부는 오는 23일 검찰측 첫 증인으로 채택된 와다 이스마일 알-셰이크를 상대로 신문할 예정이라고 관리들이 21일 밝혔다. 후세인의 반인륜 범죄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알-셰이크는 그러나 호흡기 관련 암으로 건강이 극도로 안좋은 것으로 알려져 충분한 증언이 이뤄지지 못할 전망이다. 재판부의 한 관계자는 "알-셰이크의 병세가 위중해 우리가 병원으로 가 신문할 계획"이라며 증언은 간단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세인 시절 공포의 대상이 됐던 정보기관 `무카바라트'의 수사 책임자를 지낸 알-셰이크는 1982년 `두자일 마을 학살' 당시 중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에는 바그다드 등지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공격과 오인사격 등으로 미군 5명이 사망하고 주민 15명이 숨지는 등 이라크 전역에서 유혈사태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후세인과 함께 재직 중 반인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아와드 하미드 알-반데르 전 혁명재판소장의 변호인인 사둔 수가이르 알-자나비 변호사가 이날 무장괴한들에 납치돼 여론이 동요하고 있다. 후세인측은 재판에 참여 중인 다른 변호사들도 e-메일과 휴대폰 메시지, 전화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으나 협박 주체가 후세인 반대파인 지 아니면 지지자들인 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가능성은 작지만 후세인 지지자들이 납치를 감행했다면 변호사들이 재판에 참여한 데 대한 불만 표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 개막일인 19일에는 특별법정이 설치된 바그다드 중심부 그린존(안전지대)에 2발의 박격포탄이 떨어졌으나 다행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후세인이 첫 재판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이라크 안팎에서 동정론도 일부 대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에서는 후세인 시절 권력을 잡았던 수니파와 극심한 탄압을 받던 시아파 및 쿠르드족 사이에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최고 통치자에서 졸지에 영어의 몸으로 전락한 후세인의 모습에서 수니파는 안타까움과 굴욕감을 느낀 반면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이제야 정의가 실현됐다고 환영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후세인이 바그다드의 특별법정에서 보여준 당당한 모습은 2년 간 미군에 붙잡혀 있으면서도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음을 확인해줬다고 논평했다. 미군 침공으로 권력에서 쫓겨나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된 후세인이 법정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완전히 몰락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더 타임스는 평가했다. (바그다드 AP.로이터.AFP=연합뉴스) j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