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뉴스확대경] 쇼핑공간 뉴 트렌드 … 플래그십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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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통업계에서 '고급화'가 화두다.
새롭게 개장한 백화점들은 앞다퉈 럭셔리한 매장 분위기로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으며 가격이 최고의 경쟁력이던 할인점에도 고급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월마트에서 비롯된 창고형 대형 매장이 국내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쇼핑 편의공간으로 변신하더니 이제는 고급스러운 쇼핑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업계에도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도시 지역의 고소득 직장인을 공략하고 있는 프리미엄급 편의점인 파미마(Famima)이다.
매장 편의시설과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꾸몄을 뿐만 아니라 다른 편의점과 달리 수입품 중심으로 상품을 채웠다.
예컨대 생수 코너의 경우 'evian,ice age,volvic' 등 해외 브랜드 생수로 가득 차 있다.
이처럼 유통점 유형을 불문하고 쇼핑 공간의 고급화가 트렌드다.
◆쇼핑공간 고급화의 원인
쇼핑 공간이 점점 고급스러워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쇼핑 개념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물건 사는 행위를 넘어서 쇼핑 자체를 하나의 즐거운 경험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들을 구경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고 때로는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쇼핑 스타일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안목이 높아진 점을 들 수 있다.
고급 브랜드 및 명품 매장 등을 통해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를 경험한 고객들은 생필품을 구매할 때에도 좀 더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대접받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고급화 매장의 선두주자,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고급화의 선두주자는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라고 볼 수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란 한 기업이 만든 여러 개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판매하는 매장이다.
한 회사 브랜드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강력한 브랜드를 깃대(flagship)에 꼽고 하위 브랜드들이나 연관된 제품들을 한 곳에 모은 매장이다.
이를 통해 브랜드 간 매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으며 하위 브랜드나 신규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언뜻 보면 특정 상품군의 브랜드들이 모여 있다는 점 때문에 카테고리 킬러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기존 카테고리 킬러가 특정 상품군의 여러 회사 제품과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등 일부 유명 명품 브랜드들의 전용 매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상품 종류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플래그십 스토어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의류 화장품 식료품 매장 등 고객과 직접적인 접촉이 많은 소비재 분야를 중심으로 플래그십 스토어가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정적으로 세워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이러한 경우 다양한 체험 기회 및 부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예컨대 던힐로 유명한 BAT코리아의 '시가렛'이나 태평양의 '디 아모레 스타'가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유형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판매를 염두에 둔 플래그십 스토어도 늘어나고 있다.
보령메디앙스 '아이맘'의 경우 출산 및 육아와 관련한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를 선보일 뿐만 아니라 아이를 기르면서 필요한 전문적인 자문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향후 플래그십 스토어의 숙제
매장 고급화 트렌드에 맞춰 플래그십 스토어가 확산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 및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쇼핑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들도 생겨나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의 목적은 고객들에게 제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전달하고자 하는 차별화의 수단이다.
하지만 너도나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지어 일반화한다면 그만큼 차별성이 적어진다.
또한 국내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외국의 경우 플래그십 스토어를 단순한 고급 브랜드 매장이 아닌 예술 작품 수준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1년 뉴욕에 선보인 프라다의 에피센터(Epicenter)다.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인 에피센터에서는 고객과 교감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뤄지면서 기존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영원히 혁신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플래그십 스토어는 자칫 여러 브랜드들의 집합소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또한 고객과의 교감이나 브랜드 체험을 차별화할 만한 장치가 충분하게 마련된 곳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유행하는 트렌드를 한 발 앞서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는 것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지름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연수 선임연구원 leey@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