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혼다' 경영도 디자인 ‥ '혼다 디자인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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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소이치로 회장은 야단을 잘 치기로 유명했다.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느 날 회사 디자이너를 불러 "자동차는 말이야,뒷모습이 중요해.반대 선(線)에서 오는 차의 앞 모습은 금방 지나가 버리지만 자기 앞에서 달리는 차의 뒷 부분은 계속 보게 되지.오래오래 봐도 안 질리게 만드는 게 최고야.옷을 곱게 차려 입은 날씬한 여인처럼 말이지"라고 소리쳤다.
움찔한 디자이너는 회장이 비유한 여성을 '허리가 높고 엉덩이가 예쁘게 올라간' 스타일로 해석했다.
이 컨셉트로 세상에 태어나 큰 인기를 끈 게 바로 3도어 초대 어코드였다.
회장은 또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생각대로 물건을 만들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왼손은 항상 상처가 있었고 손끝이 조금씩 잘려 나가는 바람에 오른손보다 짧았다.
그에게 모든 경험은 손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경쟁사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절대기술이 뒷받침된 디자인은 이렇게 태어났고, 그의 지론대로 '눈으로 즐기는 교향곡'이 됐다.
국제경영론의 한 페이지에 글로벌 기업의 전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혼다.
그들만의 매니지먼트 비법이 '혼다 디자인 경영-브랜드의 창조적 파괴와 진화'(이와쿠라 신야 외 지음,박미옥 옮김,휴먼앤북스)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와이가야,모험을 격려하는 완카랏토,마케터·디자이너·엔지니어가 함께 개발에 참여하는 럭비 어프로치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공격형 횡조직 문화의 전형.관리를 우위에 둔 수비형 상하관계를 철저히 배제한 고유의 프로세스인 셈이다.
경영을 디자인하고 기업을 디자인하다 보니 회사 풍토 역시 독특할 수밖에 없다.
'최고경영자가 권위적이지 않다.
남의 흉내를 내지 않는다.
젊은 세대에게 권한을 준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의 축적과 흐름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다.
니켈 막대에 심을 집어넣어 밀어내는 연필을 고안해 '샤프 펜슬'이라는 보통명사를 만들어낸 샤프의 전신 하야카와 전기공업 이야기 등 일화도 맛깔스럽다.
336쪽,1만35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