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을 배운다] 사운드 시스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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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지만 취미이기도 해요. 일종의 음향기기 설치 전문가이자 음향 감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음향 전문회사 소비코(SOVICO)의 사운드 시스템 디자이너 김도헌씨(30)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무리 비싼 앰프와 스피커를 쓴다고 해도 그것을 적절히 배치하고 연결하지 못한다면 말짱 '꽝'이 되는 거죠.컴퓨터와 마찬가지예요.
본체는 386급인데 소화하지도 못할 대용량 그래픽 카드를 쓰면 그게 제 기능을 하겠습니까? 사운드 시스템 디자이너는 설치 장소에 어울리는 기기들을 선택하고 그것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음향 설계를 하는 사람인 거죠.그 후에는 각각의 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음향을 잘 섞어 아름다운 소리로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소리'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소리에 미치기까지는 지인들과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조지워싱턴대에서 일반 공학을 전공하던 시절,교회에 다니면서 밴드 활동을 했었죠.그러던 중 우연히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가 한 선배의 스튜디오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어요.
한 달에 겨우 30만원 받고 일했지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어요.
제가 할 일은 바로 이거다 생각했죠."
하지만 아버지를 설득하기가 만만치는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LG-LCD와 LG니코 CEO(최고경영자)를 거쳤으며 과거 LG전자 오디오 부문에서 17년간 근무했던 분.어찌 보면 그가 소리에 눈을 뜬 건 아버지의 영향이다.
"사실 저희 아버지께서 대단히 완고하십니다.
영국에 가서 음악 공부를 하겠다고 할 때 처음엔 완강히 반대하셨죠.그래도 제가 끝까지 해내겠다고 무릎 꿇고 비니까 잘해낼 수 있겠느냐고 몇 번이나 물으셨습니다.
결국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영국에서 음악 공부할 땐 특별한 친구도 하나 있었다.
"참! 이루마 아시죠? 그 친구와 영국에 같이 있었던 적이 있어요.
SAE(School of Audio Engineering)라는 음향 전문 학교에서 공부할 때 저녁마다 한국 친구들과 연주하곤 했었는데,루마가 자주 찾아왔었거든요.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준 친구죠."
그는 이제 갓 서른이 넘은 나이지만 어엿한 '전문가'다.
최근에는 삼성 에버랜드의 음향 시스템을 도맡아 설계하고 있을 정도."정말 큰 건이죠.현재 에버랜드 전체 38만평 중 3분의 1가량이 완성됐는데 특히 국내 최초로 무인 음향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모든 기기들이 메인 컴퓨터에서 원격 제어돼 입력한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 송출되고 각 존(zone)별로 테마에 맞춰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설계돼 있는 거죠."
지금까지 3년 정도 걸렸다는 이 사업의 성공으로 해외에서도 관련 설계 문의가 들어오곤 한다는 것.소리에 같이 취해 정신이 없을 무렵 아쉬운 자리를 뜨며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예술의 전당 같은 곳을 제 힘으로 설계해 보는 게 꿈입니다.
사실 그 곳도 일본인이 설계한 곳이거든요."
젊은 청년 김도헌씨의 '소리'엔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글=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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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TIP! ]
<사운드 시스템 디자이너 지망생 5계명>
1.음반이 아닌 실제 원음을 듣고 경험해 봐라
2.전기·전자·물리적 지식을 많이 쌓아라
3.연주회나 공연 등을 자주 찾아가라
4.음악뿐 아니라 미술·연극 등 문화 활동을 즐겨라
5.모든 세상 소리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보여라
참고-현재 국내에는 음향 관련 학과가 그다지 활성화돼 있지 못한 상황이다.
동아방송대학교 공주영상정보대학교 등에 음향 관련 학과들이 개설돼 있지만 호주나 유럽 일본 쪽의 음향 아카데미로 유학을 가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SAE 음향전문학교나 일본의 동방음향전문학교 등이 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