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낮 12시30분 청계천 광통교 위.물동이를 이고 동상처럼 서 있는 아낙네에게 시민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극단 '유정' 소속 유경원씨(30)가 선보인 이 공연은 '석고마임'(흰색이나 황토색으로 온 몸을 분장한 채 석고상처럼 움직이지 않는 마임)이란 이색 장르.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과 청계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진 마임 공연에 빠져들었다. 인근 사무실에 근무하는 김경란씨(39)는 "공연을 보고 있으니 도시생활의 각박함이 사라지는 것 같다"며 "석고마임은 이제 청계천의 명물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물길이 열린 청계천에 문화예술의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청계천변 곳곳에서 생동감 넘치는 거리공연을 무료로 펼치는 '청계천 아티스트'가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청계천 물길을 따라 클래식에서부터 연극 무용 퍼포먼스 춤 미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서울문화재단이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청계천 아티스트 36개팀은 다양한 볼거리와 공연으로 시민들을 맞고 있다. 청계천이 시작되는 청계광장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전통연희악회 '너름산이'가 흥겨운 춤판을 벌인다. 옛날 저잣거리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재현한 너름산이의 공연은 시민들에게 해학과 웃음을 선사한다. 모전교와 광통교 사이에서는 은은한 클래식 선율이 발길을 붙잡는다. 바이올린 첼로 등을 켜는 전문 연주자들이 수준 높은 클래식 연주를 들려준다. 광통교 위에선 화가 강태옥씨가 오색물감의 가죽 붓으로 한자 이름을 응용해 그림을 그리는 '혁필화'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관철동 피아노거리에서는 '생이 아름다운 극단' 소속 김정한씨가 키다리 복장을 한 채 갖가지 마임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황학교와 두물다리 사이에선 탭댄스 동호회 '탭조아'의 공연이 관객을 기다린다. 10여명이 똑같은 동작으로 빚어내는 군무와 경쾌한 소리를 듣다 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 밖에 청계천에선 힙합 스윙댄스 살사댄스 벨리댄스 등 각양각색의 댄스를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문 공연팀은 물론 대학생 회사원 아마추어화가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청계천 아티스트는 연령별 구성도 다양하다. 가장 어린 초등학교 1학년 김현정양(8)은 꽹과리와 장구를 요란하게 치며,최연장자인 최완용씨(61)는 '어울림 춤'을 추며 시민들의 흥을 돋운다. 서울문화재단은 오는 29~30일에는 코미디와 마술 등이 어우러진 복합 공연을 펼치는 일본의 '자이언트 퍼펫'을 초청해 해외의 거리 예술 문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