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 메이저 업체들이 신규 투자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메이저들은 그동안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유전개발 및 확보를 위한 투자에 소극적이었지만,최근에는 인도와 중국을 중심으로 신규 투자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이코노미스트 최신호(21일자)는 "고유가로 최근 몇 년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엑슨모빌 셰브론텍사코 등 석유 메이저들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전을 확보하기 위해 '돈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인도 업체인 힌두스탄 페트롤리엄과 손잡고 30억달러를 투자해 인도에 정유공장과 주유소를 짓기로 했다. 엑슨모빌 셰브론텍사코 BP 등은 벵골만 대형 유전에 투자하기 위해 인도 에너지회사인 릴라이언스를 상대로 유전 지분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 대한 투자 활동도 활발하다. BP는 중국 기업 시노펙과 정유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엑슨모빌도 중국에서 정유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메이저사들 가운데 셰브론텍사코는 가장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중국해양석유(CNOOC·시누크)를 따돌리고 미국 석유업체 유노칼을 인수하는 등 신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이 회사 데이비드 오릴리 회장은 "앞으로 저유가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 석유 메이저들의 이 같은 모습은 과거와는 크게 대조적이다. 지난해 엑슨모빌이 250억달러,로열더치쉘이 182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메이저 업체들은 몇 년 동안 엄청난 이익을 올렸지만,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 이들은 대신 수익의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주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주주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데 치중해왔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이후 대형 석유업체들은 850억달러에 달하는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석유 메이저들이 신규 투자에 적극성을 나타내는 것은 셰브론텍사코 오릴리 회장을 대표로 하는 '고유가론'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잡지는 아직 투자규모는 주주환원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대부분의 메이지 업체 경영진이 배럴당 10달러에 그쳤던 과거 저유가 시절의 기억에 사로잡혀 배럴당 60달러 안팎인 현재와 같은 고유가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해 투자 규모를 늘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갈수록 강화되는 석유보유국들의 '자원민족주의'도 이들의 투자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개발비용이 적게 들고 질 좋은 대형 유전은 산유국 정부가 이미 독차지하고 있어 석유 업체들은 비용 부담이 큰 지역의 원유를 채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비용 부담을 안고서라도 석유 메이저들이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대한 의존이 더욱 심화돼 국제유가가 치솟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