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웰빙(영어의 올바른 표현은 '웰니스':wellness)이라는 용어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친숙해졌다. 소비자들은 유기농 식품이나 친환경 건축자재 등을 구매하면서 건강 및 행복을 추구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이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lth and Sustainability)'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은 자신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과 주위 사람들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배려하려는 특정 소비층의 소비패턴을 지칭한다. 기업도 이들 로하스족을 대비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한국표준협회컨설팅과 연세대,한국경제신문사는 공동으로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미국 NMI(The Natural Marketing Institute)의 스티븐 프렌치 부소장을 초청해 '로하스 소비트렌드,무엇을 대비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NMI는 1990년 미국에서 설립돼 기업의 사회적 책임,환경보호,건강과 웰빙 등의 관점에서 미국 시장을 연구하고 있는 기관이다. ▷사회(박흥수 교수)=한국의 소비자들은 많이 변했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각종 성인병 등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이 가져온 부정적인 면을 경험하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로하스'란 개념은 생소하다. ▷프렌치 부소장=1998년 미국의 사회학자 폴 레이가 15만명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15년에 걸쳐 실시한 가치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널리 퍼진 개념이다. 이들 로하스 소비자의 최대 특징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의 가치에 부합되는 제품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먹거리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브랜드나 기호,가격뿐만 아니라 원료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재배됐는지,제조과정은 어떤지,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본다. 이들은 유기농 야채나 화학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식품을 애용하고,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자동차보다는 하이브리드카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정태식 실장=국내에서도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건강지향적인 소비층이 상당히 늘었다. 싼 제품이 무조건 많이 팔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안전성과 포장 등의 친환경성을 보는 소비층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업체는 유기농 된장이나 고추장 등의 제품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포장용기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김종규 상무=건설·주택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국내에는 어린이의 15%,성인의 10%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고 있다. 새집증후군이 사회적 이슈가 됐던 만큼 주거공간의 건강성과 친환경성은 필수 요소가 됐다. 한 예로 요즘 아파트건설업체는 산책로 개발,중앙공원 확대,전망 엘리베이터 등을 통해 자연 및 이웃과의 소통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다. ▷김형관 실장=과거에는 단순히 깨끗한 물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비타민이나 음이온이 나오는지,은나노 기술을 활용했는지 등을 따져 웰빙기능이 없는 제품은 외면한다. ▷사회=웰빙의 진화된 개념인 로하스는 건강한 삶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웰빙과 비슷하지만 그 본질은 다르게 보인다. 웰빙이 나 자신이나 내 가족만을 고려한는 다소 이기적인 성향이라면 로하스는 우리 모두,사회 전체를 고려하는 이타적인 소비형태인 것 같다. 미국의 로하스 산업과 시장 규모는 어떠한가. ▷프렌치 부소장=미국인 가운데 23%에 해당하는 5000만명이 현재 로하스족이며 향후 10년 이내에 소비자의 5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 약 30%에 달한다. 로하스 소비 집단이 성장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기업도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작은 식품가게로 출발한 '홀푸즈마켓'은 26년 만에 연매출 39억달러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으로 성장했다. 25년간 세전 이익의 10%를 비영리환경운동단체에 기부하고 유기농 면사만을 사용하는 의료업체 '파타고니아',전 세계 50여개국에 18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보디숍', 친환경 세제와 치약만을 생산하는 '톰즈오브메인' 등이 대표적이다. 로하스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조승연 교수=웰빙을 단순한 마케팅 요소로만 여기거나 증명하기 어려운 웰빙기능을 앞세워 소비자를 현혹하는 기업은 문제가 있다. 국내에서도 서서히 환경단체 등이 주축이 돼 로하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안생리대 및 장바구니 사용하기,일회용품 줄이기 등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고 이것은 모두 제품과 인간,자연과 사회를 동화시키자는 개념을 바탕에 깔고 있다. ▷박휘섭 상무=국내에서는 아직 로하스에 대한 공식적인 수치나 조사자료는 없다. 그러나 한국표준협회컨설팅 리서치센터의 조사결과 전체 소비자의 68.4%가 '향후 웰빙과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도 진화돼왔다. 무조건 싼 물건을 찾던 '생존소비'에서 가격과 품질을 중요시 하는 '생활소비'로,다시 브랜드와 가치를 중시하는 '명품소비'로 이어져왔는데 이제는 '웰빙 및 로하스 소비'시대가 오고 있다. 정리=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