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신용카드] 금융권 "LG카드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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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4분기부터 내년 1·4분기 사이 카드업계 최대의 이슈는 LG카드 매각이다.
LG카드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올 10월부터 LG카드의 매각 작업에 들어가 늦어도 내년 3월 말까지는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LG카드는 95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넘버1' 전업계 카드사.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LG카드를 잡기 위한 물밑 작업이 활발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대출영업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LG카드를 매입하지 못하면 차세대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카드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인수 작업 시작한 우리,신한
신한지주는 최근 UBS를 주간사로 선정,LG카드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 작업에 착수했다.
컨소시엄의 신디케이션론 주선 업무는 신한은행이 맡았다.
특히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이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을 만나 LG카드 인수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다소 미온적이었던 신한금융그룹 내부 분의기가 '적극 인수' 쪽으로 바뀌었다는 전언이다.
이인호 신한지주 사장도 지난달 있었던 신한·조흥 통합추진위원회 발족 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의 예대마진이 줄어들고 자금운용이 어려워지고 있어 비은행 부문의 강화가 필요하다"며 "가격만 맞으면 LG카드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도 비슷한 시기에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해 CSFB(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우리투자증권 등 2곳과 자문사 계약을 맺었다.
우리금융은 자회사인 우리은행이 LG카드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고 작년에 LG투자증권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도 최근 열렸던 예금보험공사 국정감사에 출석해 "LG카드를 인수할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금융에 대한 예보 지분이 78%에 달하는 만큼 예보의 입장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씨티은행도 강력한 인수 후보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 씨티은행 관계자들은 LG카드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매각 조건이 결정되면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 쪽에서는 씨티은행도 인수 후보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씨티 쪽 역시 인수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한 적이 없다.
따라서 언제든 강력한 인수 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금융계에서 씨티를 강력한 인수 후보로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씨티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용카드에 의존하는 비중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전체 순이익의 60%가 신용카드 부문에서 나올 정도로 카드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어느 나라건 일단 진출하면 신용카드 시장에서 만큼은 1위를 한다는 게 기본 전략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자산 49조2676억원 가운데 신용카드 자산은 3조6939억원으로 그 비중이 7.4%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씨티가 카드 부문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 LG카드인가
은행들이 너도나도 LG카드 인수에 나서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검증된 수익성이다.
지난 2003년 있었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한동안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정상화 첫 해라고 할 수 있는 올해 상반기에만 77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연간으로는 1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1000만명에 가까운 카드회원들의 데이터베이스(DB)도 금융회사들이 LG카드에 군침을 흘리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신용카드 DB의 경우 'A라는 고객이 몇월 며칠 몇시에 어는 곳에서 얼마어치를 구입했다'는 식으로 고객의 구매패턴이 매우 정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다른 어떤 분야의 DB보다 높은 가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국내 회원들의 DB가 외국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외국계의 LG카드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역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은 인수 후보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주가를 감안할 때 LG카드 인수에는 4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우증권 우용욱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지금 수준보다 더 올라가면 인수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