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기술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8억원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지분법 평가이익은 80억원이다.


코스닥 기업인 가로수닷컴은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순이익은 2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25억원에 이르는 지분법 평가이익 덕이다.


이처럼 똘똘한 계열사 덕을 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른바 '지주회사형 기업'이다.


작년보다 두 배가량 불어나 거래소 코스닥 할 것 없이 10개 기업 중 1개 회사는 영업이익보다 지분법 평가이익이 더 많다.


지주회사형 기업의 특징은 자체사업보다는 계열사 챙기기에 열중한다는 것이다.


자체사업이 한계에 부딪쳐 아예 투자형 기업으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


또 벤처붐 때 증자 등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자금으로 장외기업 인수에 열을 올리는 회사도 있다.


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자금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는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가 하면,머니게임에 치중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주력사업 대신 장외기업 사냥


사조산업은 '참치'로 유명한 원양어업 전문기업이다. 하지만 실제 어업이나 식품 가공을 통한 수익은 매년 감소 추세다. 올 상반기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은 3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회사를 통한 지분법 평가이익은 13억원에 달했다. 사조산업은 지난해 계열사 등을 통해 '해표식용유'로 유명한 신동방을 비롯 레미콘업체인 청태산업,레저 업체인 파라다이스레저 등을 사들였다.


코스닥 기업인 솔본(옛 새롬기술)은 상반기에 1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15억원의 영업손실은 28억원에 달하는 지분법 평가이익으로 희석됐다.


화인텍도 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47억원의 지분법 평가이익에 힘입어 순이익을 기록했다.


원익은 영업이익(12억원)보다 세 배가량 많은 31억원의 지분법 평가이익을 냈다.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던 자이링크는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영업부문은 1억원의 손실을 냈다. 지분법 평가이익이 무려 100억원에 달한 점이 흑자 전환의 배경이다. 자회사인 매지넷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270억원을 벌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지분법 평가이익이 더 많았던 회사는 거래소 49곳,코스닥 54곳이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각각 85곳,90곳으로 급증했다.


◆사업 주력보다는 '돈놀이' 지적도


지주회사형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풍부해진 현금 유동성을 가지고 장외기업 사냥에 나섰기 때문이다. 캐이앤컴퍼니의 경우 올 들어 계열사로 편입시킨 장외 업체가 무려 17곳에 이른다. 업체를 무더기로 사들이면서 지난달에는 169억원의 유상증자로 자금을 마련했다. EBT네트웍스도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5곳의 업체를 사들였다. 이들 업체를 매입하기 위해 올 한 해 동안에만 235억원어치의 사채를 발행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들이 증자와 전환사채(CB)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해 충분한 실탄(인수자금)을 확보했다"며 "때문에 직접 사업을 영위하기보다는 돈되는 사업체를 인수하는 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주력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우량 장외업체 발굴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 업체는 사업에 주력하기보다는 투자받은 자금으로 '돈놀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빈번한 투자지분 매매나 계열사 변경 등으로 영업외 손익이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실적이나 사업 전망 등을 살펴볼 때도 이런 부분들을 주의깊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