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들이 고금리 기업대출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신용도가 낮아 대출을 못 받거나 대출 규모가 작아 은행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기업대출은 금리가 연 6~8%로 은행 금리(연 5~6%)보다 높아 헤지펀드들에겐 새로운 '고(高)수익·고(高)위험' 사업으로 비쳐지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31일자)는 "헤지펀드들이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현재 509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고금리 기업대출 중 50%를 이들 펀드를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가들이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기관들의 대출 비중은 지난 2000년보다 2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헤지펀드가 과거 한국의 제2 금융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헤지펀드의 대출 확대는 무엇보다 은행들이 점점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거나 삭감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덩치가 큰 은행들은 기업 대출 대신 높은 이익이 보장되는 M&A 자문 등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2000년 1100억달러에 달했던 기업대출 규모를 작년에는 3분의 1 수준인 340억달러로 크게 줄였다. 이제까지 헤지펀드들의 주력사업 중 하나였던 '고수익 고위험' 회사채(하이일드본드) 시장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분기에 하이일드본드 가운데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올린 채권은 전체의 41%밖에 안됐다. 그만큼 이들 본드의 원리금 지급불능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하이일드본드에 많이 투자해왔던 칼라일그룹은 최근 기업 대출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헤지펀드들은 기업대출시장에서도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대출계약 자체가 상품처럼 거래되는 '하이일드론'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시장은 2002년 1120억달러였던 것이 작년에는 1630억달러 규모로 크게 확대됐다. 헤지펀드가 새로운 여신기관으로 부상하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기업대출 관련 경험이 적어 부실여신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강하다. 헤지펀드에 부실여신이 생길 경우 은행과는 달리 공공연금펀드나 개인 등 투자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또 이들 펀드가 대출과정에서 얻은 기업내부 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비즈니스위크는 지금은 헤지펀드들이 기업의 새로운 자금줄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경기가 나빠질 경우 일제히 줄이겠다고 나설 것이 뻔해 기업들은 오히려 더 큰 자금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